지난달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42개월 만에 처음으로 7조 원 넘게 늘어나면서 가계대출이 큰 폭 확대됐다. 부동산 투자 심리가 되살아난 가운데 정부의 규제 완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 상품 출시, 기준금리 동결 기조 등이 맞물리면서 가계대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상황이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75조 41억 원으로 전월보다 6조 9307억 원 증가했다. 2021년 7월(9조 7000억 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늘었다. 잔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가계대출은 연초까지만 해도 감소세를 보였으나 4월부터 증가 전환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은행 가계대출이 늘어난 대부분은 주담대 영향이다. 8월 주담대 증가 규모는 7조 185억 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보다 더 많다. 2020년 2월(7조 8000억 원)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전세자금 수요로 전세자금대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주택 구입 관련 자금을 중심으로 큰 폭 늘어난 것이다. 금리 상승 등으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1000억 원 줄었다.
한은은 올해 들어 주택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주택 구입 관련 자금 수요가 늘어난 것이 주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2월부터 시행된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모기지 영향이 지속되다가 최근엔 은행 자체 대출도 큰 폭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50년 만기 주담대도 대출 증가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주담대 증가 속도를 끌어 올린 역할을 했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팀 차장은 “50년 만기 주담대는 DSR(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 측면에서 대출 한도를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증가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8월 주담대 증가 규모의 상당 부분이 50년 만기 주담대 형태로 취급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최근까지 주택 거래량을 보면 가계대출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4월 3만 4000호, 5월 3만 7000호, 6월 3만 6000호, 7월 3만 4000호 등으로 비슷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주택 거래 이후 대출 시행까지 걸리는 시차를 감안하면 9월 이후로도 주담대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윤 차장은 “가계대출이 4월 증가 전환한 이후 5월부터 8월까지 짧은 기간에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며 “향후 가계대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택 경기인 만큼 8~9월 거래량이 어떻게 될 지에 따라서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