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인공지능(AI) 기술과 관련해 “인류 전체의 후생을 극대화하는 방안에 입각해 AI 규범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부각해온 ‘글로벌 디지털 규범 구축’과 궤를 같이하는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정부 지원은 마중물에 불과하다”며 AI 기술에 대한 민간 차원의 과감한 투자와 도전을 당부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을 주제로 제20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어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AI는 관련 법제도와 거버넌스, 규제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며 “AI·디지털 기술은 연결성과 즉시성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한 나라에만 적용되는 법제나 규제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인 디지털 규범과 질서를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뉴욕에서 ‘글로벌 디지털 규범 구축’을 제안하는 ‘뉴욕 구상’을 밝힌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관련 논의에 힘을 실었다. 6월 프랑스 파리 방문 당시에는 소르본 대학에서 석학들과 대담하며 글로벌 디지털 규범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기구를 설치하자는 것을 골자로 하는 ‘파리 이니셔티브’를 공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지난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선언문에는 AI관련 거버넌스를 구축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AI 규범 마련은 일반적인 규제와 다른 성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동차 배기가스를 규제한 덕에 내연기관 기술이 더욱 고도화 됐고 자동차 책임보험 가입을 강제한 덕에 자동차 안전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 소비가 확산됐다는 내용이다. 적절한 규범을 마련해야 기술 오남용을 막고 인류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시장이 형성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AI 규범 마련과 별개로 정부의 전방위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기업과 연구진들에게 과감히 도전하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AI는 반도체·플랫폼 등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전후방 산업뿐 아니라 국가안보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부는 광주에 AI 영재고등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첨단 AI 반도체 산업을 중점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데이터를 관리하는 클라우드에 대한 정부 투자도 추진 중”이라며 “하지만 결국 궁극적으로는 민간의 투자와 도전이 우리나라의 초거대 AI 경쟁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유영상 SKT 대표, 김영섭 KT 대표이사,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배경훈 LG AI 연구원장 등 국내 빅데이터· AI 관련 주요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이외에도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 이원우 서울대학교 교수 등 전문가와 관련 학과 전공생들도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