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엘오티베큠 "올 태양광 매출만 2500억"…필에너지 "신공장 세워 2027년 4배 성장"

■서울경제, 코스닥협회와 상장사 탐방
'진공펌프 국내 1위' 엘오티베큠, 태양광 확대 가속
필에너지, 올해 2공장 이어 2025년 뒤 3공장 착공
신제품 개발도 속도…필옵틱스, OLED 신규 공급 임박

경기 오산에 위치한 엘오티베큠 본사. 사진 제공=엘오티베큠


지난 12일 경기 오산 세마산업단지. 국내 1위 건식 진공 펌프 기업 엘오티베큠(083310)과 반도체·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품 제조 기업 필옵틱스(161580), 2차전지 부품 제조사 필에너지(378340)가 일찌감치 삼성 그룹과 인연을 맺은 공통 분모를 웅변하듯 고작 200m 간격을 두고 마주보고 있었다. 면적 1만 4360평 규모로 조성된 엘오티베큠 본사 1층 공장에서는 직원들이 밀려드는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관련 부품을 조립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가지런히 진열된 진공 펌프 완제품을 점검하던 엘오티베큠 관계자는 “모든 과정에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며 “세밀한 정비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엘오티베큠의 ‘DD1055’. 사진 제공=엘오티베큠


이날 서울경제 취재진이 코스닥협회와 방문한 엘오티베큠은 미래 성장 동력인 태양광 사업 매출로만 올해 2500억 원 가까이 거둘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지난해 1200억 원가량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실제로 지난 5월에는 중국 기업 ‘선전 S·C 뉴에너지 기술공사(Shenzhen S·C New Energy Technology Corporation)’와 408억 원 규모의 태양광용 건식 진공 펌프 계약을 체결했다.


전 세계 탄소중립정책 실행으로 태양광 설비 투자가 확대되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이 같은 성장 기대에 엘오티베큠의 주가도 12일 기준으로 올 들어 180% 이상 상승한 3만 1700원에 거래됐다. 김진섭 엘오티베큠 상무는 “태양광 매출이 지난해 1200억 원에서 올해 2000억 원 이상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엘오티베큠은 지난 2002년 설립한 뒤 3년 만인 2005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2002년 67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3742억 원까지 증가했다. 특히 삼성·SK(034730) 등 대기업을 고객사로 두면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엘오티베큠의 성장세를 눈여겨보던 삼성전자(005930)는 2020년 지분 7.1%를 190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김호식 엘오티베큠 부회장은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일찍이 삼성전자가 투자했을 만큼 잠재력이 있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경기 오산 엘오티베큠 홍보관. 사진=양지혜 기자


맞은편 필옵티스 본사와 함께 있는 필에너지는 1공장 옆에 2공장을 한창 짓는 중이었다. 새 공장은 필에너지의 전체 장비 생산능력(CAPA)을 기존 연간 2000억 원 규모에서 5000억 원 규모로 2.5배 더 늘리는 효과를 가져올 예정이다. 필에너지는 2공장을 연내에 완공하고 이르면 2025년 3공장까지 착공하기로 했다. 2차전지 부품 생산량을 대폭 늘려 지난해 1897억 원 수준이었던 매출액을 2027년 7000억 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이 회사의 구상이다. 이 회사는 양극·음극 등을 겹겹이 쌓는 스태킹 기술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필에너지는 나아가 양극·음극을 레이저 등으로 절단하는 노칭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레이저 노칭은 칼날 모형의 금형을 사용하는 기존 프레스 노칭 장비보다 절단 속도는 더 빠르고 이물은 적게 발생한다는 장점이 있다. 필에너지는 또 테슬라에 납품하는 4680 원통형 배터리(지름 40㎜, 높이 80㎜ 제품) 제작용 와인더(권취기·배터리 소재와 부품을 감는 기계 설비)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필에너지 관계자는 “기존 스태킹 장비뿐만 아니라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서도 게임체인저(상황 전개를 완전히 바꾸는 제품)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경기 오산에 위치한 필옵틱스 본사. 사진=양지혜 기자

필에너지의 모회사 필옵틱스도 주력 산업인 OLED 부문에서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최근 필옵틱스는 정보기술(IT)용 8.6세대 OLED 투자가 본격화됨에 따라 신공정 핵심 장비 개발을 완료했다. 지난 6월 800억 원 규모의 신규 수주 계약을 체결해 연내에 공급을 시작하기로 했다. 강상기 필옵틱스 부사장은 “2025년 이후 폴더블 폰이 보편화되면 OLED 스마트폰 점유율이 대폭 상승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엘오티베큠과 마찬가지로 필옵틱스·필에너지도 삼성 그룹과 인연이 깊은 회사로 분류된다. 한기수 필옵틱스 회장과 이상환 전 부사장, 조태형 전 전무가 모두 삼성SDI(006400) 출신이다. 필에너지는 삼성SDI가 지분 14.15%를 보유 중이고 지난해 매출의 99.6%가 삼성SDI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필옵틱스의 주가는 올 들어 53.28% 상승해 12일 기준으로 1만 730원을 기록했다. 7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필에너지도 12일 공모가(3만 4000원)보다 2배가량 비싼 6만 5000원까지 주가가 올랐다.




필옵틱스 관계자가 12일 경기 오산 본사에서 기업설명회를 진행 중이다. 사진제공=필옵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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