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재점화 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증권업계의 회사채 발행이 양극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형사들이 동일 등급의 일반 회사채보다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며 발행을 확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중소형사들은 발행을 축소하거나 연기했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071050)는 이날 진행한 1500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425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주문을 넉넉히 받은 덕에 오는 20일 최대 3000억 원까지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문액이 3배 가까이 들어오며 수요예측이 흥행했지만 금리조건을 낮게 맞추는 데는 실패했다. 신용등급 ‘AA-’급의 한국금융지주는 희망 금리로 개별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에 -30~30bp(1bp=0.01%p)를 가산한 금리를 제시했는데 2년물은 20bp, 3년물은 15bp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전 거래일 기준 한국금융지주의 3년물 민평이 4.719%여서 4.8%대에 발행 금리를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3년 전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한국금융지주는 조달 자금 일부를 2020년 말 발행한 1100억 원어치 공모채를 차환하는 데 사용하는데 당시 발행 금리는 1.388%였다. 한국금융지주는 올 1월(3000억 원)과 6월(2100억 원) 회사채 발행 때도 3년물 기준 각각 4.457%, 4.575%로 발행 금리를 맞춰야 했다.
고금리 차환이 한국금융지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증권채의 경우 부동산PF 이슈를 반영해 동일 등급 회사채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 앞서 7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미래에셋증권(006800)(AA) 3년물 역시 민평 금리보다 5bp 높게 조달 수준을 맞춰 발행금리를 4.6%대에 확정할 전망이다. 동일 등급·만기의 일반 회사채 민평금리는 현재 4.55% 정도다. NH투자증권(005940)(AA+)은 전날 수요예측서 민평금리보다 -5bp 낮게 3년물 주문을 채웠지만 동일 등급·만기 회사채 금리를 약 10bp 상회한 4.6%대에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PF 부실 우려로 발행액을 계획보다 줄인 증권사도 있다. 다올투자증권(030210)은 7월 말 800억 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서 480억 원의 주문만 받아 결국 조달 규모를 500억 원으로 줄였다. 신용등급 ‘A’급의 2년물 발행금리는 7.3%에 달했다. 금리 부담에 회사채 발행을 미룬 증권사도 있다. 대신증권(003540)(AA-)은 이달 중순 회사채 발행을 검토했으나 최근 증권채 수요예측서 민평 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주문이 들어오고 있는 추세를 고려해 발행을 잠정 연기했다.
증권채 양극화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높아짐에 따라 시장 일각에서는 '9월 위기설'까지 제기된 바 있다. 상반기 증권업계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도 17.28%로 높은 상황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9~10월 PF 대출 만기 도래분이 대형 증권사에 집중돼 있는 만큼 위기 가능성을 낮게 보지만 위기론이 거론되는 상황 자체가 회사채 시장 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면 우량 사업장이라도 차환 발행에 차질을 겪을 수 있다”며 “고금리 장기화 등에 부동산PF에 경계감을 유지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