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미국의 대중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유예 조치 기한이 만료되는 가운데 한미 양국이 다음주 이와 관련한 최종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기존의 ‘1년 유예'가 아니라 한국 기업들이 요구해온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방식을 통한 ‘무기한 유예’를 최종안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돈 그레이브스 미 상무부 부장관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KOTRA 주최로 열린 한미통상협력 포럼 참석 후 특파원들과 만나 내주 한국을 방문해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유예 문제를 논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예 연장이 한국 기업들이 요청해 온 VEU방식으로 이뤄지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그것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없지만, 다음 주에 더 많은 것을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14nm(1nm는 10억분의 1m) 이하 로직 반도체와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시 등과 관련한 장비 및 기술의 대중 수출을 통제했으나 한국과 대만 기업에 한해서는 이 조치를 1년 유예했다. 다음달 11일 유예 기간이 만료되는 만큼 그레이브스 부장관의 내주 서울 방문은 추가 유예 조치를 두고 한미 양국이 최종 조율을 벌이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한국 정부와 반도체 업계는 그간 유예 조치를 1년 단위로 연장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측면에서 보다 장기적인 해법을 요청해왔다. 미국 정부도 유예 조치를 연장할 뜻은 시사했으나 어떤 방식이 될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태다.
관건은 일종의 ‘통합 라이센스’라고 볼 수 잇는 VEU 방식으로 대중 반도체 장비 통제 유예 조치가 이뤄지냐는 것이다. 이는 미국 상무부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사용할 반도체 장비 목록을 제출하고 이에 한해서는 별도 허가 없이 자유롭게 장비를 반입하는 방식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결정의 주체는 미국 정부”라면서도 “한미 간의 협상이 비교적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반도체 업계에서도 “양국 간 논의가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미국의 수출통제가 장기유예될 경우 한국 기업들의 중국 사업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반도체를 둘러싸고 격해지는 미중 갈등이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레이브스 부장관은 이날 중국 화웨이가 7㎚공정 반도체를 탑재한 최신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과 관련해 “우리는 여전히 그 문제와 (휴대)전화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