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중국경제 기획보도 시의적절…방향성 제시는 아쉬워[서경독자권익위]

◆9월 서경독자권익위 정례회의
日언론 기획기사 형식보다 美언론 프리미엄 콘텐츠 참고해야
부동산 단편적 보도 치중…정부에 정책 시그널 제시 필요
소모적 논쟁 되풀이하는 연금개혁 기획보도 필요한 시점

8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신문에서 열린 독자권익위원회에서 위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오승현 기자

서울경제신문 독자권익위원회가 8일 서울 중학동 서울경제 편집국 중회의실에서 9월 정례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현정택 위원장(정석인하학원 이사장)을 비롯해 김세호 위원(전 건설교통부 차관), 양준모 위원(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심상민 위원(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최진녕 위원(법무법인 CK 대표변호사), 김희숙 위원(한국과학기술연구원 소프트융합소재연구센터장) 등 위원 전원이 참석했다. 서울경제 독자권익위원회 차기 회의는 12월 8일 열릴 예정이다.


9월 정례 회의에서는 서울경제가 창간 63주년을 맞아 준비한 ‘Big Shift 제조업 大戰’과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한 해법으로 이민 정책을 제시한 ‘리부팅 코리아, 이민이 핵심KEY’ 등 기획 시리즈 보도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했다. 위원들은 시의적절한 주제 선정과 집중력 있는 연속 보도 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기획보도에 힘을 줄 수 있는 편집과 날카로운 심층 분석, 여론을 선도할 수 있는 힘 있는 방향성 제시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했던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창간기획 ‘Big Shift 제조업 大戰’이 보도된 본지 8월 1일자 1면

심상민 위원은 7~8월 간 대대적으로 지면이 배정돼 연재된 ‘Big Shift 제조업 대전’ 창간 시리즈에 대해 “미래 지향적 담론을 제시하는 성과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심 위원은 “4~6월 첨단 바이오를 주제로 한 시리즈물에 이어 비슷한 주제로 보이는 반도체 시리즈를 내놨는데, 연속성 면에서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독자 입장에서는 ‘똑같은 물량 공세’라는 인상을 줘 피로도를 높이고 주의가 분산되는 부정적 효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서울경제신문은 창간 기념일이 8월 1일이라 휴가 기간과 겹쳐 기획기사 효과를 극대화하기에 불리한 여건인 점도 있다”며 “일본 언론의 구체제 포맷을 빌려온 특집 기획기사 형식을 반복하기 보다는 미국 언론이 보여주고 있는 전문가 협업 특별 보고서 형태의 프리미엄 콘텐츠 생산 방식을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제언했다.


양준모 위원은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해법으로 이민을 다룬 ‘리부팅 코리아’ 시리즈를 “눈에 확 띄는 기획이었다”고 평가하며 “폐업·폐교·폐쇄(3폐)로 생산 가능 인구 감소가 초래하는 문제를 상징적으로 잘 정리했고 독보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다만 보도를 상세히 들여다보면 ‘이민 정책을 배우라’면서도 이민 정책이 가져다준 부정적 효과를 강조하는 등 양비론 식의 접근이 많아 오히려 서울경제가 제시한 방향성의 힘을 빼는 아쉬운 측면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이민이 핵심이라는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해외의 현장감 있는 사례로 접근한 점은 좋았지만 미국, 유럽 등 국가별 사례의 심층적 분석은 부족해 수박 겉 핥기 식 팩트 나열로 끝난 측면이 있다”며 “쟁점을 정리해 해법을 제시하기보다는 이민을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민으로 사회 문제가 늘 수 있다는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식으로 보도가 돼 여론을 선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리부팅 코리아, 이민이 핵심 KEY' 기획 시리즈의 1화가 게재된 본지 8월 22일자 2면

현정택 위원장은 ‘위기의 중국경제’를 주제로 이어진 9회 연속 보도에 대해 “베이징특파원 등 중국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기자들이 집중적으로 기사를 작성해 ‘위기’라고 불리는 중국 경제의 현실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을 높일 수 있었던 보도”라고 호평했다. 다만 중국 경제에 대한 분석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으로 이어지는 연속성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회차를 9회까지 진행하다 보니 중국 거시경제 정책으로까지 외연을 확장해 오히려 보도가 뾰족해지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워했다. 아울러 현 위원장은 이 기간 서울경제가 중국 경제는 집중 분석하면서도 한국 거시경제에 대한 심층 보도는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 위원장은 “한국 거시경제 상황이나 위기설에 대한 보도는 정부 관리의 발언을 평면적으로 전달하는 수준에 그쳐 단편적이고 힘도 약했다”며 “선도하는 경제지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 기사나 전문가 대담 세미나 등을 좀 더 늘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위기의 중국 경제’ 시리즈 1화가 게재된 본지 8월 17일자 4면

김희숙 위원은 서울경제가 과학기술과 관련된 보도를 비중 있게 이어나가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다만 다른 위원들과 마찬가지로 분석에 깊이와 날카로움이 더해지기를 바랐다. 김 위원은 “연구개발(R&D) 예산 관련 보도를 보면 문제점을 균형 있게 다루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며 “특히 국제협력 예산이 급격히 늘어나 실효성이 없고 예산 낭비만 될 것이라는 문제점을 잘 지적해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과학기술의 경우 우리가 배워와야 할 부분도 있지만 반대로 우리가 더 잘해서 협력보다 보완이 더 중시되는 분야도 많은데 정부가 일률적으로 협력을 강조하는 지점들에 대해서 좀 더 날카로운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서울경제가 여론조사를 통해 킬러 문항 배제 정책을 다룬 것에 대해서도 “조사 결과를 나열한 단순한 의견 제시에 그쳐 아쉬웠다”고 했다. 그는 “교육은 다루기 조심스러운 분야라는 점을 이해하지만 너무 건조하게 다룬 것 같다”며 “정책에 대한 평가 등 언론이 어느 정도 의견과 방향성을 제시해주길 바라는 것이 독자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8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신문에서 열린 독자권익위원회에서 위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오승현 기자

위원들은 서울경제가 유력 경제지로서 지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부동산 보도 등에 힘을 실을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했다. 최근처럼 주택·건설 경기 불황이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에 강력한 정책 시그널을 제시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세호 위원은 “서울경제는 과거부터 부동산 취재·보도에 강점이 있고 전체 흐름을 담아내는 선제적 보도도 지금껏 잘 해왔는데 최근에는 분양 정보나 특정 단지의 재건축 인허가 뉴스 등 지나치게 단편적인 보도만 이어가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이어 “여러 부동산 지표들을 통해 극심한 공급난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인데, 현장의 절박함과 심각성에 대한 강력한 경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통령의 한 마디를 이끌어내겠다는 생각으로 향후 극심한 공급난에 대한 우려나 시장 침체에 대한 경고를 이어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본지 9월 5일자 건설부동산면(25면)


최진녕 위원도 “최근 서울경제 부동산 지면에는 분양 기사나 사업장 소식, 정부 부동산 정책을 단편적으로 전해주는 보도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그동안 눈에 띄는 부동산 이슈나 정책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건설 경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좀 더 문제 의식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금은 공급난과 주택 가격 불안정 문제, 폭락론과 폭등론, 주거 안정과 경기 부양이라는 상반되는 의견 사이에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보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독자 입장에서는 신문을 사 봐야 하는 이유가 필요한데 서울경제가 이런 통찰을 제공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간다면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위원들은 앞으로 서울경제가 관심을 가져볼 만한 기획 보도 이슈에 대해서도 제언했다. 양 위원은 “국민연금 개혁이 진행 중인데 진짜 쟁점은 제시하지도 못한 채 소모적 논쟁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모든 것들이 정치에 휘말려 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이 나서서 올바른 방향을 뚫어줄 시점”이라고 독려했다. 현 위원장도 “연금 개혁은 대한민국이 꼭 이루어야 할 중요한 개혁인데 그동안 보도 비중이 너무 적었다”며 “언론이 국민적인 연금 개혁 과제에 대한 긴박성을 계속 알려줄 사명이 있다. 진전이 있으면 있는 대로 알리고, 없으면 없어서 문제라는 질책성 보도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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