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융위원장 만난 ESG 금융추진단 "공시 1년 미뤄야"

3차 공식 회의 전 비공개 오찬
참석자들 "대기업도 준비 부족"

김주현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금융 추진단’ 소속 일부 기업·기관 임원진과 비공개 오찬을 갖고 관련 공시 유예와 관련한 각계의 입장을 수렴했다. 참석자 과반은 “기업들의 준비가 부족하니 ESG 공시를 1년 늦추는 게 맞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9월 9일자 1·4면 참조


13일 금융 당국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인근 한정식집에서 한국거래소·한국상장회사협의회·한국회계기준원·자본시장연구원 등 추진단 소속 임원진과 비공개 오찬 행사를 갖고 ESG 공시 1년 유예와 관련한 의견을 수렴했다. ESG 금융 추진단은 민관 합동 회의체로 관련 금융정책을 총괄 논의하는 기구다. 추진단은 7월 중순 2차 회의를 연 뒤 지금까지 공식 회의를 열지 않고 있다. 금융위는 이달 8일 입장 자료를 내고 “13일 ESG 금융 추진단 3차 회의를 개최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이날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기존 2025년에서 2026년으로 1년 유예하는 안과 기업의 준비 수준, 로드맵 발표 시기, 공시 기준 등을 주로 논의했다. 특히 참석자 다수는 “기업 준비가 미비한 만큼 ESG 공시를 유예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005930) 등 글로벌 대기업도 기존 계획을 두고 올해부터 준비해 2025년부터 공시를 시작하는 게 아니라 2025년부터 대비를 하라는 취지로 오판했다는 취지였다. 오찬 자리에서 “준비 시간은 충분했으니 시장의 불확실성을 잠재우기 위해 로드맵 발표를 서둘러야 한다”고 반박한 참석자는 일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특정한 입장을 지지하지 않았다.


실제로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 100개사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을 최소 1년 이상 연기하고 2~3년 책임 면제 기간을 설정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답변이 56%로 절반을 넘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0일 ‘ESG 공시 의무화를 최소 3~4년 늦춰야 한다’는 입장을 금융위·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제출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025년부터 코스피 상장사 중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부터 ESG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해 2030년에는 코스피 전체 상장사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2021년 1월 14일 발표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가 이달 안에는 ESG 공시 로드맵을 발표해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안다”며 “기재부와 산업부 등 부처 간 의견이 엇갈리고 업권 간에도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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