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남성을 우대 선발한 혐의로 기소된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채용 담당자들과의 부정채용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4일 남녀고용평등법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은행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전 은행장은 2013년 하반기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인사 담당자들과 공모해 남성 지원자와 여성 지원자를 차별 선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인사부장 등 인사부 직원들은 미리 정한 4대 1의 남녀 직원 합격자 비율에 맞춰 최종 합격자를 선발했고, 김 전 은행장은 남녀 합격자 선정 결과를 최종 결재했다. 이에 따라 최종 합격자 123명 중 남성은 104명, 여성은 19명이 선발됐다.

1, 2심은 하나은행의 채용이 남녀고용평등법이 금지하는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봤지만 김 전 은행장이 이 같은 사실을 지시한 채용 차별의 공범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전 은행장이 구체적인 차별적 채용 방식을 보고받은 적이 없고 '남성을 많이 뽑아야 한다'는 말을 평소에 자주 한 것은 단순한 의견 표명 수준에 그쳤다는 이유였다. 2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은행장인 피고인이 인사부 채용담당자들과 공모해 합리적 이유 없는 성별차별행위, 즉 남녀고용평등법위반 범행에 공범으로 가담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