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믿고 투자하세요" 이복현 금감원장, 금융사와 런던서 'K금융' IR

■금감원·지자체·금융권 공동 런던 투자설명회
이복현 "규제 불확실성 해소…배당정책 강화"
진옥동 "해외사업 선택과 집중…印·阿 정조준"
임종룡 "기업금융 강화…부실 가능성 제한적"
최현만 "퇴직연금 1100조 성장 대비 400명 배치"

원종규(왼쪽부터) 코리안리 대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안병윤 부산시 행정부시장, 윤여철 주영국 한국대사, 이복현 금용감독원장, 강철원 서울시 정무부시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 박종문 삼성생명 사장이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로얄 랭캐스터 호텔에서 개최된 ‘금감원·지자체·금융권 공동 런던 투자설명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제공=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현지시간) 영국 로얄 랭캐스터 호텔에서 개최된 ‘금감원·지자체·금융권 공동 런던 투자설명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조윤진 기자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로얄 랭캐스터 호텔에 마련된 금융감독원-서울·부산시-금융권 공동 투자설명회(IR) 행사장. 아침 기온 16도로 쌀쌀했지만 블랙록, BNP파리바, HSBC,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80여 개 주요 글로벌 금융회사 관계자 350여 명이 몰려들어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열기를 나타냈다. 우리 금융 당국과 신한·우리금융·미래에셋 등 금융기관 장들은 “신뢰할 만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겠다”며 ‘K-금융’ 세일즈에 나섰다.


이번 행사는 금감원과 지자체, 주요 금융회사가 처음으로 협업해 한국 금융산업의 국제화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대규모 해외 IR이다. 개회사로 행사 시작을 알린 이복현 금감원장은 유창한 영어로 “‘K-금융’의 강점은 신뢰성과 혁신성, 개방성”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한국 정부와 금융 당국은 글로벌 투자자의 국내 금융시장 접근성 및 투자 편의성 향상, 글로벌 금융회사의 국내 영업환경 개선 등 금융시장?산업의 개방성 제고를 중요 정책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원장은 이날 금감원의 규제 불확실성 및 정보비대칭 해소, 정책 일관성 확보 노력을 강조했다. 해외 투자자들과의 대화에 패널로도 참여한 그는 “투자자들에게 감독 정책이 일관되지 않다는 애로사항을 들은 만큼, 감독 정책이 일관되게 정착되도록 할 것”이라며 “경영권 이전 시 소액주주들에게도 대주주와 같은 조건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권리를 부여한다든지 임직원의 주식 처분 사실이 시장에 사전에 알려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연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왼쪽 두 번째부터) 금융감독원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가 13일(현지시간) 영국 로얄 랭캐스터 호텔에서 개최된 ‘금감원·지자체·금융권 공동 런던 투자설명회’에서 노르웨이 국부펀드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윤진 기자

박종문(왼쪽부터) 삼성생명 사장, 최현만 미래애셋증권 대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강철원 서울시 정무부시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안병윤 부산시 행정부시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가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로얄 랭캐스터 호텔에서 개최된 ‘금감원·지자체·금융권 공동 런던 투자설명회’에서 해외투자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제공=금융감독원

금감원의 정책 방향에 발맞춰 금융회사 대표들도 이 원장과 함께 패널로 참석해 한국 금융시장의 현재를 진단하고 선진화 노력을 소개했다. 특히 금융지주 회장들은 공통적으로 ‘기업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업금융 부문 투자 및 성장 의지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개인 여신 쪽에서 굉장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결국 전통 은행은 기업금융에서 존재감을 발휘할 것”이라며 “특히 미래에는 신용평가가 아닌 사업평가 능력이 기업금융의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경기 둔화 우려와 긴축 통화 기조가 유지되고 있어 은행에겐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대출 성장 수요가 있다”며 “우리금융은 올해 6조 4000억 원을 기업금융에 집중하고 있고, ‘기업금융을 어떻게 더 활발하고 유용하게 공급할 것인가’는 우리금융의 아주 중요한 명제”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또, 현재 금융사들의 재무적 건전성, 혁신성은 과거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돼 있어 기업금융 부실 가능성도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증권 부문에선 자산운용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이 해외 투자자들에게 중점적으로 소개됐다. 진 회장은 “한국의 금융 자산은 양적 성장이 끝나감에 따라 질적 성장으로 가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질적 성장의 열쇠는 자산운용 능력의 차별화, 해외 사업 역량의 차별화 두 가지가 될 것”이라며 “특히 한국은 인구 감소로 인해 보험업에서 신규 계약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운 만큼 보험의 자산운용 능력을 높이고, 고령화된 개인 고객 자산의 IB화 역량 제고가 금융사의 질적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은 “자산운용 부문은 회사의 큰 숙제”라며 “그간 본사에서 전체 자산운용을 관장했는데, 한계가 있을 것 같아 해외 자산운용을 관장할 수 있는 별도 조직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현만 미래애셋증권 대표도 “미래에셋 은퇴연연구소 전망에 따르면 퇴직연금 시장은 향후 1100조 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여 미래에셋증권은 연금 전략 담당만 국내 최대 규모인 400여 명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며 “외부위탁운용(OCIO) 부문에서도 개척에 앞장서며 플랫폼을 준비한 만큼 운용 역량을 갖추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 참석자들은 이번 행사가 금융 당국의 ‘진심’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장은 패널 토론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이번에 지자체 등에 협업을 부탁한 이유는 정부와 지자체, 금융회사, 실물기업이 같은 방향성을 가졌음을 투자자들에게 진심 어리게 보여줘야겠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해외 투자자들이 정책 당국의 직접적인 입장을 서면을 보지 않고도 들을 수 있다는 데에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임 회장은 “글로벌 환경이 불안정한 만큼 현재 우리 경제나 거시적인 상황에 대한 투자자들의 궁금증이 많은 듯했다”며 “합동 IR의 장점은 투자자를 많이 모을 수 있다는 것인데,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당국이나 지자체 입장에서도 종합적인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이번 IR의 가장 큰 성과는 ‘불확실성 해소’라고 본다”며 “감독 당국은 규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줬고, NH투자증권의 입장에서는 해외 대체투자를 둘러싼 외부 불확실성을 조금 줄일 수 있는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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