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U, 정상호 델리오 대표에 해임 권고…자의적 법 해석 논란

'가상자산 예치 상품=금융상품' "법적 근거 미비"
대부업자도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로 간주
"법적 다툼 소지 있다" 델리오, 행정소송 준비중

출처=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델리오에 부과한 제재를 두고 법적 근거가 부실하다는 논란이 제기된다. 가상자산 예치 및 운용 상품에 대한 명확한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FIU가 무리하게 법을 적용했다는 지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FIU는 지난 1일 제재 공시를 통해 정상호 델리오 대표에게 해임 권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 당국이 델리오에게 소생 기회를 주기보다 사실상 사업을 접으라는 압박을 가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FIU는 또 델리오에 영업 정지 3개월과 과태료 18억 9600만 원 처분을 내렸다.


FIU는 델리오가 신규 상품 및 서비스 제공 전 자금세탁위험 평가 의무를 위반했다며 과태료 약 10억 원을 부과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가상자산 사업자는 신규 금융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 자금세탁행위 등 위험을 평가할 절차를 마련하고 운용해야 한다. FIU는 델리오가 41개 상품 등을 제공하기 전에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봤다.


그러나 가상자산 예치 및 운용 상품이 금융상품에 해당되는지는 법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권단 디케이엘파트너스 대표 변호사는 “가상자산 예치, 스테이킹, 렌딩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어 자본시장법상 정의에 따른 금융투자 상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오훈 차앤권 파트너 변호사도 가상자산 예치 및 운용 상품이 “금융 투자 상품 정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동의했다. 강민주 동인 변호사는 “현재 가상자산 운용사업에 대해 가상자산 관련 법령의 규정이 없다”면서 “그간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가상자산 운용 서비스를 금융투자상품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당국이 이를 고려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FIU가 가상자산 예치 및 운용 상품을 자의적으로 금융투자 상품으로 해석해 제재했다는 의미다.


FIU는 델리오가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 거래금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는데, 이 역시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 FIU는 델리오가 “가상자산 담보부 현금 대출을 제공하는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인 E의 요청에 따라 80여 차례에 걸쳐 가상자산 지갑의 이전제한을 설정, E의 가상자산 보관행위를 지원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기서 쟁점은 ▲가상자산을 담보로 현금을 빌려주는 대부업체가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되는지 여부 ▲락업을 건 행위가 특금법상 가상자산 ‘보관’에 해당되는지 여부다. 권오훈 변호사는 “가상자산에 질권을 설정하고 현금을 대여하는 대부업은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강 변호사도 “여태 가상자산 운용은 신고 대상으로 보지 않았기에 대부업체를 미신고사업자로 본 것은 다소 의문”이라고 전했다. 락업을 건 행위도 특금법 적용 대상으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권단 변호사는 “락업행위는 가상자산 매매·중개·교환·수탁·이전 대행·보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이어 “처벌이나 불이익이 있는 조항을 적용할 때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권오훈 변호사도 “락업 행위가 가상자산 보관 행위 지원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델리오는 이와 관련해 행정 소송을 준비 중이다. 정상호 델리오 대표는 “이번 FIU 제재는 무리한 법해석과 임의 적용 여지가 다수 존재한다”며 “금융 당국의 이러한 행태는 국내 가상자산 산업을 고사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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