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플랫폼 기업 '사전규제 우려' 해소…혁신경쟁 촉매 기대

■'플랫폼 자율규제' 내달 입법발의
기업 공정경쟁·이용자보호 보장
'네카쿠배당' 경쟁력 강화 힘실어
전담조직 만들고 대응방안 속도



플랫폼 자율규제 제도가 도입되면 정부는 사전 규제 대신 플랫폼 기업들이 스스로 공정 경쟁과 이용자 보호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보장하고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자율규제 법·제도 도입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구글·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에 맞서 초거대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 등 토종 플랫폼의 혁신 촉진 기반이 갖춰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14일 정부와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플랫폼 자율규제의 법적 근거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이달 입법 예고하고 다음 달 국회에 발의한다. 과기정통부는 개정 작업 1년여 만인 지난달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에서 개정안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간 협의를 마쳤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개정안 내용에 대한 관계부처 간 협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법안 발의까지 시일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입법 추진으로 의무를 미리 부과하는 사전 규제 도입을 우려했던 플랫폼 업계는 일단 안도하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유럽연합(EU)의 사전 규제 ‘디지털시장법(DMA)’과 비슷한 온라인플랫폼 독과점 규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충분히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정책 방향은 머지않은 시점에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과기정통부의 자율규제 방침과 공정위가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사전 규제 정책과의 충돌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과기정통부의 자율규제안과 공정위의 사전 규제안은 각각 발의 후 국회 차원에서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간 플랫폼 규제 방향에 대한 정부의 시그널이 불명확해 기업들의 자율규제 노력도 적극적이지 못했지만 이번 입법 추진으로 노력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들도 관련 조직과 인력 정비 등을 통해 정책 시행 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춰 네이버와 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 기업들도 저마다 건전·공정 경쟁과 상생 강화, 혁신 촉진 등 자율규제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올 상반기에 웹툰 등 창작자 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 ‘웹툰위드’를 선보였고 플랫폼에 입점한 중소상공인(SME)이 브랜딩 전략을 효과적으로 짤 수 있도록 돕는 ‘SME 브랜드 런처’ 프로그램도 가동했다. 향후 경제학자·법학자, 소비자 대표 등 다양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율규제위원회’를 만들고 관련 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농축수산물 판로를 확대하는 다양한 사업, 인공지능(AI) 윤리 실현을 위한 업계 첫 알고리즘 윤리 헌장 선포, 기술윤리위원회 운영 등 활동을 해왔다. 여기에 더해 자율적인 AI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AI 윤리 정책을 강화할 계획이다. 중소상공인과 특히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쿠팡은 애플리케이션의 주문 화면에서 검색·추천 순서 결정 기준을 공개하고 입점 판매자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과 당근마켓도 각각 자율분쟁조정협의회와 거래분쟁조정센터 등을 꾸릴 예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율규제의 토대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이번 입법을 환영한다”며 “정부 지원을 통해 디지털플랫폼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자율규제의 원동력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