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구 한투 회장 “2세 승계에 시간 한참 필요…배우는 단계”

채용 설명회에서 경영 이슈 등 소신 밝혀
동원그룹 HMM 인수 능력 충분해
저출산시대 금융업만이 국부 늘려
어학능력 갖춘 글로벌 전문가 되길
21년째 대학가 설명회 직접 챙겨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이 14일 고려대에서 열린 한국투자증권 채용 설명회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금융지주

김남구 한국금융지주(071050) 회장이 14일 고려대에서 열린 한국투자증권 채용 설명회에서 예비 신입 사원들을 만나 금융투자업과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성장 가능성, 2세 승계 등에 대해 소신을 밝히며 관심을 모았다. 김 회장은 이날 HMM 인수전에 뛰어든 동원그룹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고도 설명해 인수 의지를 시사했다. 동원그룹은 김 회장의 친동생인 김남정 부회장이 맡고 있다.


김 회장은 강연에서 올해 5월 미국을 방문해 골드만삭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유수의 증권·금융회사들과 만난 일화를 거론하며 “처음에는 ‘촌구석에서 증권사 대표가 왔다’는 태도를 보이던 이들이 한국의 가계 자산 규모를 듣자 집중하며 받아쓰기까지 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우리나라 가계 자산이 현재 1경 4000조 원이고 그중 금융 자산만 5000조 원”이라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만 보면 일본보다 돈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투자증권은 여러분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며 “어느 증권사보다 인센티브 제도를 잘 만들었다.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려대 경영대 83학번인 김 회장은 강연 이후에도 90분 넘게 질문을 받으며 모교 후배들과 격의 없이 소통했다. 김 회장은 어떤 인재상을 원하느냐는 물음에 “어학 능력이 중요하다”면서도 “다양한 시각으로 사안을 파악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면접 시 고려해야 할 사항과 관련해서는 “나는 1년에 약 500명씩 20년 이상 입사 면접을 봤다”며 “10년 후의 꿈과 회사가 어떻게 꿈을 이루게 해주면 좋겠는지를 물었을 때 여러분이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국내 증권사 중 경쟁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같은 반에서 2·3등과 경쟁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며 “글로벌,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의 맥쿼리그룹을 롤모델 회사로 제시하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로 대단히 높으면서도 안정적으로 수익성을 유지하는 능력을 쫓아가고 싶다”고 의지를 밝혔다.


김 회장은 ‘한국투자증권보다는 은행 계열인 NH투자증권이나 KB증권 입사를 추천하는 선배들도 있었다’는 짓궂은 질문에도 “은행이 있는 증권사에 가면 편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은행이 없어서 1등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스스로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박함이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설명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투자증권이 동원그룹의 HMM 인수 자금 마련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업계 관측에 대해 “동원그룹이 충분히 (혼자서) 인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동원그룹이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이 많다”면서 “(동원그룹에서 자금 지원에 대해) 아직까지 연락받은 바 없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경영 승계와 관련해서는 “아직 저는 젊다”면서 “2세 승계에는 한참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 회장은 “(아들이) 사람에 대해 많이 배워야 한다”며 “배우는 단계로 실무자로서 경험을 쌓으면서 이 업을 정말 좋아하는지 스스로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의 장남 김동윤 씨는 7월 그룹 지분을 처음으로 매입한 바 있으며 현재 한국투자증권 경영전략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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