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 이어 2년 만에 또다시 실업급여제도가 수술대에 올랐다. 실업자가 빨리 재취업하도록 돕는다는 본래 제도 취지가 갈수록 흐릿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정은 실업급여제도의 단점을 빨리 개선하지 않는다면 실업급여제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강한 상황이다. 관건은 실업급여 개편 방향이 취약 계층 보호 약화를 만들 수 있다는 노동계의 우려를 어떻게 낮출지다.
14일 국민의힘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실업급여제도 개편에서 가장 핵심으로 꼽는 사안은 실업급여를 최소 받을 수 있는 기준인 하한액을 어느 수준까지 낮추거나 폐지할지다. 실업급여는 연령과 피보험 기간에 따라 120~270일간 평균임금의 60%를 받는다. 하지만 현재 실업급여 수급자의 약 73%나 하한액을 적용받고 있다.
문제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이 하한액에 따른 수령금이 실직 전 소득을 앞서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로 올해 하루 기준으로 환산하면 6만 1568원(8시간 근로)이다. 그런데 하한액은 2013년 대비 75.9%나 오른 상황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기준 전체 수급자의 27.9%(약 45만 명)가 받은 실업급여액이 실직 전 근로소득(세후)보다 많았다고 추정한다. 이렇게 되면 실업급여는 당초 목적과 달리 구직자 사이에서 ‘일을 하는 것보다 실직 상태로 실업급여를 받는 게 더 낫다’는 인식을 확산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실업급여 수령 문턱이 해외에 비해 낮다는 평가다. 우리나라는 실직 전 18개월 중 180일 근로가 조건이다. 반면 덴마크는 36개월 중 12개월, 독일은 30개월 중 12개월, 일본은 2년 중 12개월을 일해야 수령 자격을 얻는다.
현 제도처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구조는 수령자 입장에서 반길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두 가지 폐해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실업급여 반복 수급이 크게 늘었다. 실업급여를 5년간 3회 이상 수령한 경우는 2018년 8만 2284명에서 지난해 10만 2321명으로 24.4% 증가했다. 실업급여를 통해 일시적인 생계난을 해결한 뒤 재취업을 한 수급자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실업급여 수급 기간 중 재취업률은 2013년 33.9%에서 지난해 28%로 감소했다.
정부는 2021년에도 실업급여제도를 손봤다. 당시에는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코로나19 탓에 실업급여 신청이 급증하면서 당시 적자 상태인 기금의 고갈 우려가 너무 컸다. 문재인 정부가 여러 일자리 사업을 기금으로 충당하는 방식의 일자리 정책을 편 점도 기금 건전성을 약화시켰다. 당시 대책에는 노사가 분담하는 탓에 저항감이 높은 실업급여 보험료율 인상 카드까지 담겼다. 또 정부는 기금 사업 구조조정, 반복 수급자 급여 삭감 등을 단행했다.
하지만 당시 개편 이후에도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상황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 6조 3000억 원 중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차입한 예수금을 제외하면 기금은 -3조 9000억 원이다. 무엇보다 실업급여 의존도를 너무 높인 제도적 약점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강하다.
실업급여제 개편의 관건은 노동계를 중심으로 한 개편 방향에 대한 우려와 접점을 찾느냐로 지적된다. 노동계는 하한액을 지나치게 낮추거나 폐지할 경우 실직 기간 실업급여를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이 크게 약화할 수 있다고 반대한다. 남재욱 한국교원대 교수는 최근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을 통한 보고서에서 “높은 하한선과 짧은 피보험 단위 기간이 부정 수급과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로 연결될 것이라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정부는 실업급여 자체의 축소로 취약 노동자의 상황을 악화할 게 아니라 고용 서비스 투자를 확대해 실업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국회 입법안을 중심으로 실업급여 개편 논의를 지속할 방침이다. 다만 개편안을 언제 발표할지 시기를 정하지 못한 분위기다.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실업급여 개선안 마련이 시급한데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답답해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동계 등 다양한 계층의 개편 방향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