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5세 이상으로 늘리는 국민동의청원안에 대해 논의를 하게 된다. 법정 정년 연장은 노동계와 경영계의 찬반이 극명한 사안이다.
14일 국회와 한국노총에 따르면 한국노총이 지난달 16일 청원한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 연계한 정년연장을 위한 고령자고용법 및 관련 법률 개정에 관한 청원’은 이날 오후 3시40분쯤 기준 동의자 수 5만명이 충족됐다.
청원 규정 상 청원서 공개 이후 30일까지 동의 수가 5만명을 넘기면 이 청원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 등)로 회부된다. 심사에서 채택되면 국회 본회의로 상정된다.
법정 정년 연장은 노사 찬반이 극명한 이슈다. 한국노총이 이 법안의 입법을 요구한 이유는 구체적으로 세 가지다. 우선 너무 빠른 고령화와 저출산이다. 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동시에 생산연령인구 감소도 빠르다. 이런 변화는 노년부양비를 증가하는 결과를 낳는다.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정년 연장 논의를 하자는 것이다.
법정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 차이도 입법 활동의 근거다. 연금 수급개시연령은 2033년부터 65세로 바뀐다. 현행 정년 60세와 비교하면 5년이란 수급 공백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소득공백은 고령층의 생계비 부족와 노후 준비 어려움을 만들 수 밖에 없다.
특히 한국노총은 고령층의 빈곤을 법정 정년 연장 배경으로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일을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고령층이 너무 많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경제 활동 참가율은 60.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동계는 고령층이 더 질 좋은 일자리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경영계는 법정 정년 연장이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대기업·정규직이 만든 1차 노동시장과 중소기업·비정규직이 형성한 2차 노동시장으로 나뉜 층을 뜻한다. 우리 노동시장은 대기업·정규직이 임금 100을 벌면 중소기업·비정규직은 50~60에 불과할 만큼 임금 격차가 심한 상황이다. 정년 연장이 되면 청년의 일 기회 박탈뿐만 아니라 이들의 기존 일자리로 진입이 제한되면서 시장 내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법정 정년 연장에 대한 우려를 담은 분석보고서를 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도 최근 서울경제와 만나 “ 우리(고령층)도 어렵지만 젊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지 못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무조건적인 정년 연장을 하자는 주장은 청년과 제로섬 게임을 하자는 것”이라며 “대기업(원청) 노조가 (사측에) 임금을 계속 올려달라고 하면 대기업 밑에 1·2·3차 하청까지 (이윤이) 내려올 게 없어 밑에 있는 근로자는 계속 절망하는 수밖에 없다”고 경영계와 같은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