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시스템 반도체, 도약을 꿈꾼다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사진제공=한국반도체산업협회

최근 암(ARM)이라는 회사의 기업공개(IPO)를 위해 시장가치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ARM은 시스템 반도체의 설계 아키텍처를 제공하는 회사다. 반도체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는 스마트폰·자동차용 프로세서, 통신용 반도체, 디스플레이 구동용 반도체 등 다양한 용도에 사용되며 정보의 저장 기능을 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정보를 처리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는 제품의 특성과 산업구조가 상이하다. 메모리 반도체는 범용성이 높아 생산 후 판매하는 형태를 띠며 한 기업이 설계·제조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우수한 공정 기술을 확보해 원가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며 우리 기업들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는 수요 기업별로 맞춤형 제작이 이뤄져 주문 후 생산 방식이 많이 사용된다. 혁신 기능을 구현하는 설계·제조 능력의 보유 여부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다.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 제조에 집중하는 파운드리 등 분업화된 기업들이 공급망에 참여하며 첨단 반도체일 경우 제조 이후 패키징의 중요성도 높아진다.


우리 정부는 1990년대 후반부터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위해 수요와 연계된 기술 개발, 인력 양성, 시제품 제작, 해외시장 진출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된 산업 경쟁력의 외연을 확대하려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이를 통해 디스플레이 구동 반도체, 전력 관리 반도체, 이미지 센서 등 일부 품목은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했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아직 미국·대만 등에 비해 추격자의 위치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된다.


시스템 반도체는 팹리스·파운드리 등 전문 기업으로 구성돼 있어 분야별로 차별화된 접근법이 필요하다. 설계 역량과 제조 공정 기술 등 분야별로 요구되는 성장 전략이 다르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을 통한 해외 팹리스 업체의 몸집 불리기가 본격화되고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반도체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또한 반도체 성능 향상을 위해 첨단 패키지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 환경이 과거에 비해 크게 변화한 점은 우리 기업들이 경쟁 전략을 수립할 때 고민이 커지는 이유다.


다행히 최근 신진 팹리스 기업들에 대한 금융시장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고무적인 소식이 들려온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기술 개발 생태계 형성 노력과 수요처 발굴이 진행되고 있으며 패키징 분야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장비 개발을 포함해 첨단 기술 개발 지원 사업이 준비되고 있다. 그간의 일부 성과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이 집중되고 있음을 느낀다. 기업의 역량과 대내외 환경 변화에 맞춰 시스템 반도체 전략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