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금융투자업 성장을 위한 '성찰'

심기문 투자증권부 기자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금융 당국과 금융투자협회가 증권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아무리 제도 개선과 규제 완화를 고민해도 업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말짱 도루묵’이 됩니다.”


올 들어 대규모 주가조작 사건과 해외 투자 부동산 부실 사태,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와 관련한 이해 상충 논란이 잇따르자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금융·증권업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규제를 완화하려고 해도 불미스러운 사고가 터지면 소위 ‘없던 일’이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부실 우려 확산은 운용 업계가 갈망하던 실물 자산의 공모펀드 활성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래에셋·메리츠·하나·NH·이지스 등 국내 유수의 증권·운용사들조차 해외 대체 투자의 위험 관리에 실패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관련 논의는 기약 없이 미뤄졌다. 자산운용 업계는 그동안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공모펀드 형태로 출시하는 방안을 촉진해야 한다고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실물 펀드 대다수가 사모 형태로 출시되고 있어 일반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제한된다는 취지였다.


여기에 박 전 이사의 겸직 논란이 더해지면서 증권 업계를 넘어 국내 자본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2차전지 관련 종목 8개를 적극 추천하면서 투자 열풍을 불러일으킨 박 전 이사가 비슷한 시기에 투자일임사 운용본부장으로도 일했다는 사실은 곧바로 불공정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박 전 이사는 이해 충돌 행위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와 주식투자 카페를 통한 시세조종 행위 등이 연달아 발생한 뒤에도 차액결제거래(CFD) 등과 관련한 당국의 규제는 대폭 강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개인 주식 투자자는 1424만 명에 달한다. 개인 투자자 수가 4년 전 대비 3배 넘게 증가하면서 증권업도 덩달아 외형을 키우며 수익성을 높일 수 있었다. 규제 산업은 특히 금융에 관한 한 사소한 문제라도 계속 터지면 규제와 제재만 강화되고 성장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 업계는 여전히 종사자들 상당수가 너나없이 돈 벌 궁리에만 치중한 채 시장 전체의 발전이나 성숙·도덕성 등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는 당국과 정치권·시민사회 등의 지적을 곱씹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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