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잃고 혁신마저 사라진 애플…몸값은 10배↑[양철민의 아알못]

애플, C타입 탑재 아이폰15 공개
"가격동결이 유일한 혁신" 비아냥
죽은 잡스가 산 팀쿡 12년간 괴롭혀
혁신 없이도 잡스 사후 시총 10배↑
팀쿡, 지속가능한 '애플제국' 완성
비전프로, 제2의 아이폰모먼트 기대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사람들은 뭔가를 보여주기 전까지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1998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당시 잡스는 “헨리 포드가 자동차를 만들기 전까지 사람들이 원한 것은 보다 빠른 말이었다”며 소비자의 취향을 좇는 일반적인 기업전략과 다른 자신만의 혁신철학을 강조했다.


잡스의 혁신철학은 결국 옳았다.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내놓기 전까지, 사람들은 ‘휴대전화+PC+카메라’가 통합된 전자기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당시 휴대전화는 통화나 문자메시지(SMS) 전송과 같은 기본기능에 집중했으며 차별화 요소는 사실상 디자인이 전부였다. 여행 시 별도로 디지털카메라를 챙기는 것은 당연하고, 이동 중 웹검색을 하지 못하더라도 사람들은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반면 아이폰 출시 후 사람들은 디지털카메라를 별도로 들고 다니는 것을 번거롭게 여기기 시작했으며, 24시간 인터넷 접속이 안되면 불안해 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GPS 덕분에 실물지도가 필요 없어졌으며, 각종 사진과 같은 파일을 실시간 전송해서 이용하는 것이 일상화 됐다. 특히 디스플레이를 손가락으로 조작해 각종 앱을 구동시키는 아이폰의 이용자환경(UI)은 말그대로 ‘혁명’ 그 자체였다. 잡스의 말대로 사람들은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에야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잡스와 애플에게 ‘위대하다’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잡스 없는 애플…12년새 몸값 10배 껑충↑

잡스 사후 애플은 ‘사실상 혁신이 멈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이달 공개된 ‘아이폰15’을 비롯해 아이폰 신제품이 나올때 마다 언론들은 사용성 등에 대해서는 찬사를 내놓지만 혁신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잡스 사후 출시된 애플워치, 에어팟 등이 일상의 경험을 조금씩 바꿔놓아지만 대중들은 이제 ‘아이폰 모먼트’는 더이상 기대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 주주들은 팀쿡이 이끄는 애플을 여전히 신뢰한다. 잡스 사후 애플 시가총액이 10배 가량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실제 잡스가 생존해 있던 2011년 8월 애플의 시가총액은 3410억달러였지만 올 7월에는 3조달러를 넘어섰다. 대학에서 산업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공급망관리(SCM) 전문가 팀쿡이 각종 비용절감 및 고가 전략을 바탕으로 애플의 수익성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잡스가 구축해 놓은 애플만의 ‘소프트웨어(iOS, 맥OS 등)+하드웨어(아이폰, 맥북 등)’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해놓았다는 점도 팀쿡의 경영 수완을 잘 보여준다.



팀쿡 애플 CEO.

팀쿡이 애플의 ‘지속가능성’을 극대화 시켰다는 점도 박수를 받을만한 부분이다. 잡스가 아이폰에서만 구동되는 소프트웨어 iOS를 꺼내들었을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아이폰이 폐쇄적 생태계와 같은 약점으로 PC 시장에서 퇴출된 ‘매킨토시’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1990년대만 하더라도 PC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와 인텔의 ‘X86’ 기반 중앙처리장치(CPU)가 90%가 넘는 점유율을 자랑한 이른바 ‘윈텔(윈도+인텔)’ 시대였다. PC 시장의 개화를 알린 애플의 자리는 없었다.


반면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확실한 자신만의 영토 구축에 성공하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앱스토어와 같은 애플 전용 앱장터 구축으로 초기부터 개발자 모집에 성공한데다 MP3플레이어 ‘아이팟’ 등으로 애플용 생태계의 초석을 다져놓았던 것,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컨트롤하며 최적화된 스마트폰 사용자경험(UX)을 제공했던 것 등이 성공요소로 꼽힌다.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잡스답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은 셈이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모바일 OS 시장에서 iOS 점유율은 28.52%에 달한다. 범용 OS인 구글의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70.77% 달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점유율이 크게 높아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스마트폰 시장 현황을 놓고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2009년 이후 삼성전자, 화웨이, 오포, 비보, HTC, 샤오미 등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스마트폰 제조사가 난립하며 안드로이드폰 시장에서는 10년 넘게 출혈경쟁이 지속중이다. 실제 스마트폰 시장 수익성을 높고 보면 애플은 여타 스마트폰 업체 영업이익을 다 합쳐놓은 것 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기록 중이다.


‘C타입’ 탑재 눈에 띄네…혁신없는 아이폰15

애플의 이같은 승승장구에도 불구하고 잡스 시대의 혁신은 이제 기대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이번에 출시된 아이폰15만 봐도 그렇다. 아이폰15의 경우 상위모델에 3나노로 제작된 ‘A17 바이오닉’ 칩이 장착되고, 강철만큼의 강도를 자랑하는 반면 무게는 그 절반 수준인 티타늄이 사용되는 등 성능 부문에서는 확실한 개선을 이뤘다.




다만 USB-C타입 충전단자를 도입한 것 외에 눈에 띄는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C타입 단자 도입 또한 유럽연합(EU)의 압박에 따른 것인데다 이미 여타 스마트폰 업체들은 이용자 편의성 등을 이유로 C타입 단자를 지원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혁신과 거리가 멀다. 실제 아이폰 이용자들은 애플이 최근까지 자체 생산한 라이트닝 단자를 고집한 것과 관련해 ‘애플이 이용자 충성도를 볼모로 갑질을 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여기에 ‘상시표시형 디스플레이(AOD)’를 ‘프로’급의 상위모델에만 적용한 점, 아이폰15 일반 라인업에 120Hz 가변 주사율을 지원하지 않는 점 등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여타 스마트폰 제조사 대비 애플 제품의 하드웨어 스펙이 몇세대 낮다는 평가를 받게 하는 요소다. 실제 아이폰15 출시 후 애플 주가는 1.7% 하락했다. ‘아이폰 15의 유일한 혁신은 이전과 같은 가격대를 유지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비전프로…'제2의 아이폰 모먼트' 만들어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마니아들은 여전히 애플의 혁신을 기대중이다. 이들은 애플이 내년에 내놓을 증강현실(AR) 플랫폼 ‘비전 프로’가 ‘제2의 아이폰 모먼트’를 만들어 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실제 팀쿡 CEO는 비전 프로와 관련해 “미래의 공학이며 애플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다만 메타버스에 올인했던 메타(옛 페이스북)가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주력부문을 갈아타는 등 메타버스 시장의 낮은 성장성, 3499달러에 달하는 비전프로의 높은 가격 등으로 비전프로의 흥행을 불신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실제 비전프로 공개 후 애플 주가는 이틀연속 하락하기도 했다.




혁신은 보이지 않지만 그 어떤 기업보다 안정적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애플. 결국 애플의 미래는 애플의 기업가치를 통해 유추할 수 있을 듯하다. 참고로 14일 기준 사티아 나델라가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은 2조4968억 달러로,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2조7236억달러)의 몸값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불과 넉달전만 해도 이들간의 시가총액 차이가 5000억 달러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많이 좁혀졌다.


생성형AI와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기반으로 혁신기업으로 변모한 MS. ‘죽은 공룡’이었던 MS가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시총 1위 기업 자리에 재등극할 경우, 죽은 잡스가 산 팀쿡을 또 다시 괴롭히는 상황이 연출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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