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8월 소비와 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가 예상을 넘는 깜짝 반등을 이뤄냈다. 디플레이션(경기 하락 속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당국이 내놓은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나타냈다는 분석이다. 반면 중국 경제의 키를 쥐고 있는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침체를 면치 못했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8월 소매판매는 4.6% 상승했다. 이는 전월(2.5%)은 물론이고 예상치(3.0%)를 훌쩍 넘는 수치다.
소매판매는 백화점, 편의점 등 다양한 소매점 판매 수치를 집계한 것으로 내수 경기의 바로미터다. 올해 상반기 기준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7.2%에 이를 정도다.
중국의 월간 소매판매는 연초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이후 2월 3.5%에서 3월 10.6%, 4월 18.4%까지 상승했다. 이후 경제 회복 기대감이 사그러들며 소비가 위축되면서 5월 12.7%, 6월 3.1% 7월 2.5%로 빠르게 감소했다.
중국 당국은 경기 회복을 위해 다양한 소비 촉진책을 내놓으며 국민들의 지갑을 열게 했다. 지난 7월 31일 ‘소비 회복 및 확대에 관한 20개 조치’를 발표했다. 국영 기업과 대기업 등 일부에서만 정상적으로 시행하는 유급 휴가제를 전면 시행하고, 탄력 근무제를 장려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했다. 관광 인프라 개선, 여러 관광지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공동 입장권 발매, 야간 관광 활성화, 다양한 문화·예술 축제 개최 등 관광 콘텐츠 활성화 방안도 밝혔다. 노후 자동차 교체 지원과 노후 주택 단지 리모델링, 농촌 주택 주거 환경 개선 지원도 약속했다. 이 같은 정책의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발표된 8월 산업생산은 4.5% 늘었다. 전월의 3.7%는 물론 시장 전망치 3.9%를 상회하는 결과였다.
중국 산업생산은 공장·광산·공공시설 등의 총생산량을 측정한 것으로 제조업 경기 동향을 반영하며 고용과 평균 소득 등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고정자산투자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다른 지표들과 달리 1∼7월의 고정자산투자 증가율 3.4%에 비해 약간 둔화한 것이다. 고정자산투자는 농촌을 뺀 공장, 도로, 전력망, 부동산 등 자본 투자의 변화를 보여주는 수치다.
이들 경제지표와 달리 부동산 관련 통계는 여전히 좋지 않은 결과를 기록했다.
1∼8월 부동산 개발투자는 전년 동기보다 8.8% 줄었고 전국의 1∼8월 누적 분양 주택 판매 면적과 판매액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1%와 3.2% 감소했다. 여전히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는 흐름이다.
8월 실업률은 5.2%로 7월(5.3%)보다 0.1%포인트 하락해 6월(5.2%)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청년 실업률을 포함한 연령대별 실업률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은 6월 21.3%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7월 통계부터는 발표가 중단됐다.
앞서 발표된 소비자 물가지수가 상승세로 전환하고 생산자 물가도 하락세가 둔화된데 이어 소비, 생산 등의 주요 경제지표가 회복되자 중국 경기가 하락 국면을 지나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소비, 생산, 투자 등 이날 발표된 각종 지표를 근거로 “침체했던 중국 경제가 안정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통계국도 8월 중국 경제에 대해 “국민경제의 회복이 가속하고 생산 공급과 시장 수요도 개선되고, 취업 및 물가도 총체적으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여전히 어려움이 크지만 앞으로 양적·질적 측면에서 합리적인 성장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