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에 전쟁 물자를 공급하는 데 기여한 150여 개인 및 단체를 겨냥한 추가 제재를 14일(현지 시간) 단행했다. 특히 러시아의 제재 회피에 일조한 서방 기업도 명단에 올리며 동맹국도 예외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핀란드의 물류 기업 시베리카와 루미노는 드론카메라, 고성능 광학 필터, 리튬배터리 등의 전자제품들을 러시아 기업에 수출해 제재 명단에 올랐다. 이 기업들과 연관된 프랑스·에스토니아 국적 개인들도 제재 대상이 됐다.
미 재무부는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벨기에,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조지아 등의 기업들에도 제재를 부과했다. 제재 사유는 러시아에 대한 이중 용도(민간·군수용으로 모두 사용 가능한 물자) 품목 수출, 에너지 생산 관련 기술 제공 등으로 다양했다. 프랑스·핀란드·에스토니아·튀르키예·벨기에는 모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으로 미국의 동맹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러시아 기업에 대한 제재에 집중했지만 이번에는 동맹도 예외가 없었다.
제재 대상 확대는 러시아가 미국 외의 국가를 경유해 서방의 물자를 조달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에 따르면 튀르키예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러시아에 수출한 전자제품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5% 급증했다. 이 같은 교역 증가세 탓에 튀르키예는 서방 제재의 ‘약한 고리’로 꼽혀왔는데 이번에 기업 5곳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이익을 얻는 개인과 단체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사실상의 2차 제재에 나선 만큼 최근 확실시되는 북러 간 무기 거래에 대한 미국의 견제와 제재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미국은 에너지 생산, 광업, 자동차 제조 등 광범위한 분야의 러시아 기업과 개인에 대한 제재도 대폭 확대했다. 자동차 제조 업체 모스크비치,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 네드라, 신코은행 등에 100건 이상의 제재가 부과됐다.
한편 중국에 대한 서방의 제재 공세도 날로 거세지고 있다. 미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은 상무부에 공개서한을 보내 중국 화웨이와 SMIC에 대한 수출 통제를 더 엄격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근 화웨이 스마트폰에 SMIC가 개발한 7㎚(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가 탑재된 사실이 알려지며 ‘제재 무용론’이 일자 대응한 것이다.
중국도 맞대응에 나섰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록히드마틴사는 주계약자로서 8월 24일 미국의 대(對)대만 무기 판매에 직접 참여했고 노스롭그루먼사는 여러 차례 미국의 대대만 무기 판매에 참여했다”며 “중국은 외국제재법에 따라 상술한 두 미국 군수기업에 대해 제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