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는 ‘매우 열정적이며 적극적인’ 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하드코어(hardcore)’라고 한다. 그는 첫 회사 ‘집투’를 창업할 때부터 직원들에게 이 단어를 사용했고 거의 30년 후 트위터를 인수했을 때도 그랬다. 테슬라 공장을 처음 돌릴 때는 ‘울트라 하드코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냈다. “여러분 대부분이 이전에 경험한 그 어떤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업무 강도에 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산업을 혁신하는 것은 마음이 연약한 사람들의 일이 아닙니다.”
신간 ‘일론 머스크(원제 Elon musk)’는 세계 최고의 혁신가이자 허풍쟁이 일론 머스크(52)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이야기다.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유일한 ‘공식 전기’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저자는 주간지 타임의 전 편집장이자 CNN의 CEO를 역임한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다. 책은 지난 12일 전세계에서 동시 출간됐다. 아이작슨은 앞서 2011년 ‘스티브 잡스’ 전기도 썼는데 머스크와 비교하면 흥미롭다. ‘스티브 잡스’는 그가 사망한 직후 출간됐지만 ‘일론 머스크’에서 머스크는 여전히 한창인 현역이다.
머스크가 현재 경영 중인 회사는 전기차 회사 테슬라를 비롯해 우주항공회사 스페이스X, 뉴럴링크, 보링컴퍼니, 옵티머스, 솔라시티 등이 있다. 여기에 지난해 인수한 트위터도 추가된다. 모두 그 분야에서 명실상부 최고기업이다. 그리고 머스크는 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며 경영하고 있다. 분명히 천재임에 틀림이 없다.
다만 그에 대한 다른 극단의 평가도 존재한다. 충동적인 트윗과 허풍으로 하룻밤에도 수조원의 자산가치를 날리면서 증시를 흔들기도 한다. 직원들을 기계보다 더 혹사시키는 공감 능력 제로의 독재자라는 말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양 측면을 머스크 자신은 쿨하게 인정한다는 것이다.
저자인 아이작슨은 이러한 머스크를 해석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는 머스크를 2년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빌 게이츠를 포함한 주변인들을 전방위적으로 인터뷰했다. 저자는 “과연 그가 괴팍하지 않았다면 우리를 전기차의 미래로, 그리고 화성으로 인도하려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어린 시절 학교는 물론 가정에서도 폭력에 시달렸다. 친구들과 다투다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크게 다쳤는데 아버지는 오히려 그를 바보 천치, 멍청이라고 불렀다. 이는 아파르트헤이트 시기의 남아공에서 백인들이 부딪혔던 살벌한 삶의 흔적과도 관련된다.
머스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에 대해 감정을 차단했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증후군도 앓았다. 저자는 “선천적인 공감 능력 부족과 후천적으로 발달시킨 감정 차단 밸브가 머스크를 냉담하고 무감각한 경영자로 만들었지만 한편으로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혁신자가 되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머스크 또한 “나를 키운 것은 역경이었다. 그래서 견딜 수 있는 고통의 한계점이 아주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저자에게 말한다.
머스크는 1989년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이주했고 대학 졸업 후 본격 창업에 나섰다. 1995년 지도 제공업체인 ‘집투’를 창업했고 이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2200만달러를 벌었는데 이는 이후 사업의 씨드머니가 됐다. 페이팔 등을 거쳐 2002년 로켓회사인 스페이스X를 창업한다. 이후에 테슬라, 뉴럴링크, 보링컴퍼니를 설립한다.
책에서는 개인사도 상세히 다뤘다. 여러 여성과의 결혼과 이혼, 사실혼을 반복하는 복잡한 사생활로 모두 11명의 아이들을 뒀다. 여기에는 자신의 정자 기증을 통해 낳은 회사(뉴럴링크) 임원의 쌍둥이도 포함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머스크는 자신이 지원한 스타링크 시스템의 일부를 조작하는 형태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공격을 제한했다고 썼는데 이는 정치적 논란이 되고 있다. 3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