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죽음 알고도 2시간 방치하나" 유족 측, 교통사고 위장 살해 거듭 주장

지난 3월 8일 새벽 강원 동해시 북평동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망사고 현장. 사진 제공=강원도소방본부

아내를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숨진 것처럼 위장하고 사망보험금 4억7000만원을 타내려 한 혐의로 기소된 육군 부사관이 법정에서 혐의 일체와 재판부에 제출된 검찰의 증거자료를 전면 부인했다. 이에 따라 검찰과 피고인 측의 치열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15일 제3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A(47) 원사의 살인, 시체손괴,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혐의 사건 첫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택일적 공소사실에 대해 피고인 측은 "모두 부인한다"고 일축했다.


앞서 A씨는 지난 3월8일 오전 4시52분께 강원 동해시 구호동 한 도로에서 숨진 아내 B(41)씨를 조수석에 태우고 가다가 옹벽을 들이받는 등 위장 교통 사망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장에는 A씨가 B씨의 사망보험금 명목으로 4억7000여만원을 타내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도 적시됐다.


A씨는 범행 당시 은행 빚 약 8000만원을 비롯해 여러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으로부터 총 2억9000여만원에 이르는 채무를 지고 있었고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서 여러 차례 단기 대출을 받은 상태였다.




지난 15일 재판이 끝난 뒤 입장을 밝히는 피해자의 동생과 피해자 측 변호사. 연합뉴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A씨가 B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위장 사고를 냈다는 기존의 공소사실에 더해 택일적 공소사실로서 'A씨가 B씨의 목을 졸라 의식을 잃게 한 뒤 B씨가 사망했다고 착각, 범행을 은폐하려고 교통사고를 내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케 했다'는 혐의를 추가했다.


택일적 공소사실이란 공소장에 여러 개의 범죄사실 또는 적용법조에 대해 어느 것을 유죄로 인정해도 좋다는 취지로 기재하는 것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B씨의 동생에 대한 증인신문 등 증거조사가 이뤄졌다.


B씨 동생은 법정에서 “누나가 A씨와 살면서 금전적인 문제로 고충을 토로했다”며 “충동적인 구매를 하면서 누나와 갈등을 빚는 등 재산 관리에 있어서 믿지 못해 경제권을 가져오려 했다”고 밝혔다.


이어 “2명의 자녀가 있고 끔직이 사랑했는데 유서도 없이 어떻게 자살을 할 수가 있겠냐”며 “이제라도 죄를 뉘우치고 벌을 받겠다고 하면 유족 측도 선처를 구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형에게 누나의 사망 사실을 알렸을 때 '그러냐'고 모르는 듯 물어보더니 경찰에서 부검해야 한다고 얘기하니까 그제야 누나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하더라"라며 "아내가 사망했는데 어떻게 지하 주차장에 2시간 동안 방치해 두고 모포로 감싸 가방에 넣을 수가 있는지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화, 표정 등에 비춰봐도 아내를 잃은 남편의 모습으로는 절대 보이지 않는다"며 "의문투성이인 이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진실을 알고 싶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A씨 측은 동생의 증언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변호인은 “(동생이) A씨 부부와 같이 살았던 것도 아니고 주변의 말에 의존하는 데다 자신의 의견을 덧붙여 이야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군사법원 전경. 연합뉴스

A씨의 변호인은 “아내 분은 그동안 우울증 증세를 보여 약을 먹었던 것으로 안다”며 “빚 같은 경우 아내 분도 알았을 법한 정황들이 존재해 범행 동기가 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A씨 측은 B씨의 목을 조른 행위 자체가 없었고 B씨 죽음은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또 교통사고는 고의가 아닌 과실이기 때문에 죄가 성립하지 않고 같은 이유로 보험사기 역시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애초 A씨 측은 '되도록 자녀는 증인신문을 제외해달라'는 의견을 재판부에 밝혔으나 이날 '최소한의 범위에서 증인신문을 해달라'는 입장을 밝혀 재판부는 두 자녀를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또 피고인 측 변호인 요청에 따라 교통사고 이후 A씨의 보험 접수를 도운 동료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날 치열한 공방이 진행되면서 증인 신문은 2시간을 넘겼다.


피해자 측 법률 대리를 맡은 빈센트 법률사무소 남언호 변호사는 이날 공판이 끝난 뒤 "아이들은 사건 현장에 있었고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를 가장 가까이 서 본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아직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증언대에 세우는 게 조심스럽다"면서도 "진실이 밝혀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증인신문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어 "새롭게 증인으로 채택한 동료의 경우 피고인의 보험 접수까지 대신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보인다"며 "특수 관계에 있다고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이 증인으로서의 신빙성이 얼마나 있을지 그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다음 공판은 다음 달 16일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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