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진격 지방 제조업 R&D…“디지털 인재 확보하라” [biz-플러스]

사천 소재 KAI IT인재 서울 배치 확대
포항 본원 포스코미래硏 수도권 분원
HD현대 분당을 R&D 거점으로

KAI가 개발한 시뮬레이터.




한화오션은 최근 디지털과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는 데 6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대표 조선소인 한화오션은 그동안 강재를 최대한 저렴하게 사와 선박을 잘 건조하고 빠르게 인도하면 될 뿐이었다. 정보기술(IT)에 투자를 늘리는 것은 무인 상선과 무인 함정 등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특히 방산에 힘을 주는 한화오션은 각 국의 함대에 승조원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사람이 없어도 전투를 수행하는 무인 무기 체계 개발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철강·조선·방산 등 전통적인 제조업에 정보기술(IT)이 본격적으로 융합되기 시작하면서 지방에 퍼져 있던 각 제조업의 연구개발(R&D) 본부가 수도권으로 일제히 상경하고 있다. 전투기와 잠수함이 무인 체계로 바뀌고 여기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이 적용되는 등 제조업과 디지털 기술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인재 선점전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경남 사천이 본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최근 시작한 신입 사원 공개 채용에서 IT, 소프트웨어(SW) 개발, AI 등 개발 직군을 전원 서울 근무로 배치할 방침을 세웠다.


KAI는 현재도 전통적인 항공기 설계나 체계 종합, 시험평가와 같은 직군은 경남 사천에서 근무하게 한다. 차세대 전투기는 IT가 대거 적용되기 때문에 최근 방산 기업에서도 IT 인력을 뽑기 시작했는데 관련 인력 풀이 대거 수도권에 몰려 있어 이례적으로 사천이 아닌 서울 사무소를 근무지로 삼은 것이다.


전통적인 철강업에서 미래차 소재, AI 등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포스코그룹도 R&D 핵심지로 수도권을 낙점했다. 포스코그룹의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은 포항시에 있지만 최근 미래기술연구원 분원 설치를 위해 경기도 성남시 위례지구 내 부지 매입을 위한 입찰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기술연구원은 포스코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2차전지 소재, 수소, AI, 빅데이터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같은 조선사들도 친환경·디지털 선박이나 무인 함정 등 에너지 및 IT 융합 기술을 적용한 R&D를 본격 시작하면서 각각 울산과 거제에 있던 설계·R&D 조직을 대거 수도권으로 올려보내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조선해양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AI를 동시에 배우는 일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과거 졸업생들은 대부분 울산이나 거제에 내려갔지만 이제는 수도권 근무도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지방에 본사를 둔 전통적인 제조업들이 연구개발(R&D) 센터를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것도 제조업 첨단화에 따라 IT, 디지털, 융합 인재들이 핵심 생산 자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조선과 철강 등 전통적인 제조업들은 AI, 3차원(3D) 프린팅 기술, 로봇 등 첨단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생산 시스템의 자동화와 로봇화를 통해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단순노동 인력은 줄어들고 있지만 자동화·로봇화된 시스템을 개발하고 유지 보수하는 인력은 오히려 부족해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조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에서 첨단화를 서두르면서 첨단 기술 활용 역량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실제 고용노동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향후 5년간 AI·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의 인력 부족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발표에 의하면 AI 분야는 2027년 1만 2800명의 신규 인력 부족 현상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구개발을 맡을 고급 인력(석·박사급) 부족이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클라우드 분야에서 1만 8800명, 빅데이터 분야에서도 1만 9600명의 신규 인력 부족 현상이 예상된다.


산업 시스템의 첨단화뿐 아니라 친환경·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 발전에 따른 연구개발 인력 확보도 시급하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첨단 기술이 적용된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50%를 넘겨 1위를 달성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전 세계에서 발주된 메탄올 추진선의 55%를 독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기업들은 앞다퉈 연구개발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센터를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것을 시작으로 채용부터 오너가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14일 서울대 공과대학에서 열린 채용 설명회에서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독자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전날 직접 서울대 공과대학을 찾아 한화오션 채용 설명회를 주관했다. 김 부회장이 직접 채용 설명회를 찾은 것은 전 계열사를 통틀어 한화오션이 처음이다. 김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조선 3사 중 방산을 한화만큼 잘하는 회사는 없다”고 강조하며 취업 준비생들에게 한화오션의 비전을 설명했다.


HD현대는 올해 들어 다섯 차례 공개 채용을 진행하며 사실상 365일 연중 공채를 진행하고 있다. 또 AI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달 25일부터는 AI 해커톤 대회도 진행하고 연말에는 AI 포럼도 열 계획이다. 국내 대학생과 대학원생은 물론 HD현대 임직원도 참여하는 행사로, 한정된 시간 동안 주어진 문제의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프로젝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제조업 혁신은 산업 현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낼 수 있는 첨단 기술 도입에 있다”며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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