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S의 공포' 속…"경기 둔화 흐름 일부 완화" 견지한 기재부

반도체 수출 회복, 소비심리, 고용 근거로
2개월 연속 경기 둔화 흐름 완화 의견 견지
원유 가격 연중 최고치 경신하는데다
중국 경기 불확실성 여전한 건 변수로



정부가 2개월 연속 “경기 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습니다. 반도체 수출 부진이 완화되고 있는 가운데 고용·소비심리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에 접근하고 있는데다 각국 중앙은행의 고금리 기조 역시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15일 발표한 ‘9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물가상승세 둔화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반도체 등 수출부진 완화, 소비심리·고용 개선 흐름 지속 등으로 경기 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8월 “경기 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된 모습”이라고 설명한 것과 사실상 같은 의견을 견지한 셈입니다.


그린북은 정부의 공식 경기 진단을 담은 문서입니다. 정부는 원래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 연속으로 경기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8월부터 경기 둔화세가 풀리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 시작한 것입니다.


정부가 ‘경기 둔화세 완화’의 근거로 내세우는 지표는 △반도체 수출 △소비심리 개선 △고용입니다. 우선 반도체 경기 부진이 점차 풀리면서 수출 감소세가 점차 줄어드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인공지능(AI) 붐 등에 힘입어 정보통신(IT) 업황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등 AI 관련 수요가 늘고 있다”며 “9월달엔 반도체 현물가도 지속적으로 오르는 모습이라 개선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기본적인 시장 전문가 인식이고 저희들도 비슷하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8월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21.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월 감소폭이 44.5%나 달했던 것을 고려한다면 감소세가 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반도체는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품목입니다. 이에 따라 전체 수출도 전년보다 8.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7월(-16.4%)보다 1년 전 대비 감소폭이 크게 준 셈입니다. 정부는 10월 무렵부터 수출이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소비심리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경기 둔화 흐름 완화’의 또 다른 근거입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8월 103.1로 전월(103.2)보다 0.1포인트 줄긴 했지만, 여전히 100을 웃돌고 있어 기조적으로 나아지는 흐름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100을 웃돌면 체감 경기가 좋다고 응답한 소비자가 그렇지 않은 응답자보다 많다는 뜻입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민생 점검 회의 참석해 최근 물가 상황 및 민생대책 추진상황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률과 실업률이 지표상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경기 측면에선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우선 8월 고용률은 63.1%로 동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실업률도 2%로 사상 최저 수준을 달성했습니다.


그러나 향후 변수가 적지 않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당장 유가 급등으로 ‘S(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15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선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90.77달러에 마감하며 연중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원유는 우리나라의 최대 수입품목으로 무역수지에 큰 영향을 줍니다. 또한 물가 수준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칩니다. 이 때문에 고유가 흐름이 지속될 경우 한국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여력을 떨어뜨려 경기 회복에 걸림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국 부동산 기업의 금융 불안이 중국 전체 실물 위기로 전이될지도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무역 상대국이라 국내 경기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합니다.


이런 영향에 한구개발연구원(KDI)은 ‘9월 경제 동향’에서 중국 부동산 기업의 금융 불안, 그리고 최근의 국제 유가 상승세가 우리나라 경기 회복에 있어 가장 유의할 변수라고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정부에서도 이 같은 대외 불확실성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당장 정부는 지난 15일 정부가 국제유가 상승세를 고려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습니다. 현행 유류세 인하 조치는 2021년 11월 시행돼 5차례 연장됐습니다. 해당 조치로 인한 휘발유와 경유 가격 인하 효과는 각각 ℓ당 205원, 212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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