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성 외과의사 3명 가운데 2명 꼴로 직장 동료에게 성희롱 피해를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BBC는 12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영국외과저널에 발표된 ‘외과의사 동료에 의한 성희롱, 성폭행, 강간 그리고 여성과 남성이 서로 다른 현실을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해당 보고서는 영국 외과의사 1434명(여성 738명, 남성 696명)을 대상으로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외과의사의 63.3%(복수응답)가 최근 5년 동안 일터의 동료에게 한차례 이상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세부적으로는 ‘성적 농담’(52.7%), ‘신체에 대한 발언’(40.3%), ‘성적 대화’(38.4%) 등 순이었다.
여성 외과의사의 29.9%는 동료에게 최근 5년 동안 한차례 이상 성폭력(강간 제외)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성기와 가슴을 제외한 신체 부위를 만지는 행위’(27.6%), ‘경력 개발 기회 제공을 빌미로 강제적인 접촉’(10.9%), ‘성기와 가슴을 만지는 행위’(5.4%) 등의 순으로 드러났다.
특히 여성 외과의사의 0.8%는 최근 5년 동안 직장 또는 다른 업무 환경에서 한차례 이상 강간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동료들의 성희롱, 성폭력 등을 목격한 여성 외과의사는 89.5%에 이른다. 매체는 “일부는 성관계를 제안받거나 심지어 성폭력을 당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은퇴한 외과의사인 리즈 오리어단 박사 또한 의사 생활을 하며 수년 동안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수술실에서 (선배 전문의) 의사가 누구와 성관계를 하는지 물은 뒤 청혼한 것부터,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했는데 다른 병원의 유부남 (선배 전문의) 의사가 다가와 ‘댄스 플로어에서 키스하는 것은 바람을 피우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까지 다양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후 여러차례 말하고 싶었지만 수련의로서 경력은 수술 기회를 주는 그 남성이나 여성 (선배 전문의) 의사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아울러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 외과의사도 “의사 생활 초기 수술실에서 가장 권한이 없을 때 선배 남성 의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배 남성 의사가 내 가슴에 머리를 파묻고 땀을 닦았다”며 “수건을 가져다주겠다고 제안하자 ‘아니, 이게 훨씬 더 재밌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영국 왕립 외과대학은 이에 대해 “이런 문제가 흔히 일어나고 있다”며 “매우 당혹스러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사노조인 영국의사협회의 라피타 파텔 박사도 “여성 외과의사들이 직장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도중에 동료들에게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