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넘는 버스 운전기사 수두룩…장거리 운행에 허리 휜다 [일터 일침]

■ 왕오호 목동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중장년층 비중 높은 버스 기사, 장거리 운전에 허리 부담 가중
허리디스크 초기 증상 방치하면 마비 등 신경장애 이어질 수도
추나요법·침·약침·한약 처방 병행하면 수술 없이 치료 효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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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버스 기사 김모(62) 씨는 급증한 여행객들과 각종 행사로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운행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대절 문의가 밀려 휴일에 추가 근무를 하거나 장거리 운행을 나가는 날도 많아졌다. 피로도가 높아질수록 고질병인 허리 통증도 부쩍 심해진 느낌이다. 어김없이 장거리 운행을 마치고 버스 내부를 청소하던 김 씨는 허리에 뜨끔한 통증을 느끼며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간신히 귀가한 김씨는 휴식을 취하면 괜찮아질 것이라 여겼지만, 며칠이 지나도 증세가 호전되기는 커녕 더욱 나빠졌다. 하는 수 없이 병원을 찾은 그는 검사 결과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선선한 날씨에 본격적인 행락철이 다가오며 관광, 워크샵, 결혼 등을 위해 버스를 대절하려는 수요가 늘어 운수업계가 대목을 맞았다. 버스 대절 가격 비교 온라인 플랫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거래금액은 전년 대비 448%나 급등했다. 업계의 호황에 현장에서는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에 고객이 줄자 기사들이 대거 업종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인력이 줄어든 가운데 업무는 늘어나다 보니 하루에 400km 이상 운행하는 일도 일상이라 기사들의 고충이 심화되고 있다.


고령화되는 전세버스 기사들의 연령대도 문제다. 지역별 통계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기사들의 평균 연령대는 60대로 파악된다. 신체 노화로 인해 근육량과 골밀도가 저하되어 있는 중장년층 기사들에겐 하루에 몇백 킬로미터씩 대형버스를 운전하는 일이 여간 부담이 아니다. 장기간 같은 자세로 운전석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허리에 부담이 큰데, 큰 핸들과 기어봉을 쉴 새 없이 조작해야 하는 버스 기사들의 허리는 각종 질환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자생한방병원이 직업군별로 호발하는 근골격계 질환을 조사하기 위해 직장인 내원 환자 9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직업 운전자들의 절반가량(49%)은 ‘허리질환’이 주로 발생한다고 응답했다. 그 중 허리디스크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허리디스크는 잘못된 습관과 자세, 노화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초기 증상을 방치하면 증세가 점점 심해져 마비와 같은 신경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허리디스크를 의심해 볼 수 있는 대표 증상으로는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있을 때 뻐근하고 쑤시는 듯한 허리 통증이 있는 경우 △엉덩이, 다리 등에 방사통과 저림 증상이 있는 경우 △허리를 앞으로 굽힐 때 통증이 심한 경우 등이 있다.


허리디스크는 대부분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 한방통합치료는 뼈와 근육, 인대 등의 손상 없이 허리디스크를 치료하는 대표적인 치료법이다. 추나요법은 틀어진 척추 배열을 올바르게 교정해 디스크(추간판)와 특정 부위에 가중되는 부담을 줄여준다. 통증 완화와 재발 방지에도 효과적이다. 침 치료는 긴장된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시켜 기혈의 순환을 도와준다. 약침 치료는 염증과 통증을 빠르게 가라앉히고 손상된 신경의 회복을 돕는다. 여기에 한약 치료가 병행되면 뼈, 신경, 인대 등 조직의 재생을 촉진하고 재발 위험성까지 낮춰 치료 효과를 높인다.


자생한방병원 연구팀은 지난해 비수술 한방통합치료의 효과와 만족도를 입증한 연구 논문을 SCI(E)급 국제학술지 ‘통합의학연구(Integrative Medicine Research)’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6개월간 한방통합치료를 받은 허리디스크 환자 65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치료 이후 통증, 기능,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됐고, 그 효과가 장기적으로도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의 평균 하지방사통 시각통증척도(VAS)는 심한 수준인 7.42에서 한방통합치료 후 1점 대로 낮아졌다. 10년 뒤에는 0.88까지 개선돼 안정적인 호전세가 이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기간 요통에 관한 VAS도 4.39에서 1.15점으로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VAS 값이 클수록 통증이 심하고, 낮아질수록 통증이 줄었다는 의미다.


허리디스크는 운전자들의 대표적인 직업병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허리 통증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 치료와 관리에 소홀할 경우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그만큼 치료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게 마련이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허리에 지속적으로 통증이 온다면 척추 건강의 비상 신호로 인식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하자. 오늘도 전국 모든 버스 기사 분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운행을 마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왕오호 목동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사진 제공=자생한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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