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씨티그룹 구조 개혁


1812년 미국 뉴욕시 상인들은 200만 달러의 자본금을 모아 씨티뱅크오브뉴욕을 설립했다. 씨티은행은 1913년 아르헨티나에 미국 은행 사상 최초로 해외 지사를 설립해 대성공을 거두면서 1929년 세계 최대의 상업은행으로 부상했다. 씨티은행은 마스터카드의 효시로 평가받는 ‘에브리싱 카드’ 등 새로운 금융 상품 출시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성장 가도를 달렸다. 1998년 보험과 자산 관리 전문 금융사인 트래블러스그룹과 합병해 씨티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한때 전 세계 은행 중 시가총액 1위였던 씨티그룹은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여파로 도산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 뒤 뼈를 깎는 인력 구조 조정을 단행했다. 2008년 35만 명을 웃돌던 임직원을 2016년에 21만여 명까지 줄였다.


씨티그룹은 최근 조직 단순화와 감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구조 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개인 고객과 기관투자가를 기준으로 나뉘어 있었던 2개의 사업 부문을 5개로 나누되 중간 관리 직급을 없애 각 사업 부문장이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구조로 바꾼다. 관리 조직 슬림화와 감원을 추진하는 한편 신속한 의사 결정 구조로 변신을 시도하는 것이다. 씨티그룹이 약 2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조직 개편에 나서는 것은 동종 은행 대비 부진한 성적을 거둔 데 따른 결단으로 분석된다. 제인 프레이저가 2021년에 CEO로 취임한 후 씨티그룹 주가는 올 8월까지 43%나 하락했다.


200여 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온 씨티그룹의 구조 조정을 두고 미국의 ‘은행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책이자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나라 5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올해 상반기 총 10조 89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취약 차주의 연체율 증가 등으로 금융 리스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은행들도 이자 놀이 중심의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나 멀티플 선진 경영을 하기 위해 구조 개혁을 단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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