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매표소에서는 취소된 표라도 구할 수 있을까 봐요. 줄 서서 기다리고 있어요.”
“기차 표를 못 구해서 그냥 버스 타려고요.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상황인 것 같아요.”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총파업 나흘째인 17일, 열차 운행률이 30%가량 줄어든 가운데 배차 간격까지 늘어나며 이용객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파업으로 운행이 취소됐던 KTX 열차 6편이 이날 운행을 재개했지만, 수요를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날 오전 8시께 동대구역 맞이방 벤치는 지연된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로 빼곡했다. KTX와 SRT 애플리케이션에는 사실상 모든 표가 매진 상황이다.
이에 일부 중년 여성 승객들은 “이렇게 된 거면 차라리 대전까지 가서 갈아타고 가는 게 낫겠다”며 저마다 서울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각기 계산하기도 했다.
기차표를 구하지 못한 또 다른 남성은 역사 밖에 서 있는 일행을 향해 “표가 없다”며 두 팔로 크게 엑스자 표시를 보내기도 했다. 합류한 이들은 바로 옆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로 향했다.
이날 동대구역에서는 누리로, SRT, KTX 가릴 것 없이 많은 열차가 짧게는 4분, 길게는 20분가량 지연된 상태였다. 열차 출발 안내판에는 오는 18일까지 철도노조 파업으로 일부 열차 운행이 중지됐으니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에서 열차 스케줄을 확인하라는 안내가 한국어와 영어로 반복돼 공지됐다.
부산역 역시 주말인데도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부산역 역사 곳곳에 설치된 전광판에서도 열차 운행 정보를 안내하는 문구가 계속 송출됐다. KTX는 운행률은 평소의 7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줄어든 운행률에 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취소 표라도 구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굴렀다. 부전에서 태화강 방면의 동해선 열차는 원래 주말 기준 45편이 운행되는데, 파업 여파로 이번 주말에는 32편만 운영한다.
호남선 승객들도 열차표를 예매하지 못하며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광주송정역과 서울에 오가는 호남선 고속열차(KTX) 4대가 지난 14일부터 운행을 하지 않으면서 야간에 출발하는 열차 1대를 제외하고 열차 좌석 대부분이 매진됐다.
이용객이 몰리는 주말에 열차를 이용하지 못하며 이용객들은 곳곳에서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여수 엑스포-용산을 오가는 전라선 고속열차(KTX)의 경우 이날 하루에만 11대가 운행을 멈춰버려 혼선을 빚었다. 전주역 예매 창구에도 기차표를 사려고 대기하는 시민 행렬을 볼 수 있었다.
이번 파업에는 전북 조합원 300여명이 참여했다. 오는 18일까지 호남·전라선 여객 운행 횟수는 하루 190회에서 120회로 축소돼 63%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KTX 전라·호남선은 94회에서 60회로, 일반열차 전라·호남·장항선은 96회에서 60회로 줄어들었다. 화물열차 운행 횟수도 하루 22회에서 6회로 감축됐다.
인천과 서울을 잇는 경인선은 철도 파업으로 79.5% 운행률을 보였다. 인천∼수원 간 수인선도 감축 운행해 75%의 운행률을 기록했다.
서울과 춘천으로 오가는 ITX-청춘도 운행 횟수가 줄면서 시민과 관광객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이날 현재 용산-춘천행 11회 운행 가운데 대부분 좌석이 매진됐으며, 춘천~용산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주말이면 북적거렸던 춘천역과 남춘천역 승강장 일대는 평소와는 달리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전철을 타거나 시외버스 터미널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멘트 주산지인 충북 단양 시멘트업계는 철도를 통한 시멘트 출하가 평소보다 90%가량 줄었다. 한일시멘트 단양공장은 “평소 하루에 120량가량 운송하는데 지금은 20량 정도 배차된다”고 전했다.
시멘트업계는 철도파업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를 이용한 육송 출하를 늘리거나 전국 시멘트저장소(사일로)의 재고를 푸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성신양회 단양공장 관계자는 “오늘까지는 재고로 (수요를) 충당하고 있는데 내일부터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오는 18일 오전 9시께 파업을 중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