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칸 만드는데 3억…'P터지는 전쟁'에 거주자 우선 주차공유 전면 의무화 추진

■치솟는 땅값에 서울 주차대란
공영주차면 6년새 2.3만개 줄어
대형 개발사업 등도 주차난 불러
남는 땅 없고 보상금도 만만찮아
"거주자 우선주차 의무공유 동참"
市, 자치구에 조례개정 권고 공문

거주자 우선 주차장. 사진 제공=동작구

서울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자치구들이 주차장 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민간인 소유지에 새 주차장을 짓자니 보상금이 만만치 않고 공유지를 활용하고 싶어도 남는 땅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차난이 심각해지면서 거주자 우선 주차장 공유를 의무화하는 지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각 자치구에 거주자 우선 주차장 공유를 의무화하도록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개정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시는 이달 말 의무화 자치구를 취합한 뒤 조례를 개정하지 않은 자치구들에 개정을 거듭 독려할 계획이다.


거주자 우선 주차장은 자치구에 사용료를 내고 일정 기간 전일·주간·야간 시간에 전용 주차장처럼 쓸 수 있는 제도다. 자치구들은 주차 공간이 부족한 단독·다세대주택 거주자들을 위해 신청을 받아 거주자 우선 주차장을 운영한다. 전일제의 경우 매월 4만~5만 원, 주간·야간은 2만~3만 원만 내면 된다. 주차장이 갈수록 부족해지면서 평일 낮 시간처럼 주차 공간이 비어 있을 때는 배정받지 않은 사람도 주차할 수 있도록 공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서초·강남·노원·은평·서대문·마포·양천·강서·송파·강동구에서는 공유가 의무이고 나머지 15개 자치구에서는 선택 사항이다. 공유를 의무화한 10개 자치구 가운데 서초와 강남만 조례에 의무 공유 조항을 넣었고 나머지는 신청서 작성 때 공유 동의를 얻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신청서 작성 때 공유 의무 조항에 체크하는 방식보다는 조례에 의무 조항을 넣는 것이 더 강제성이 있다”며 “아직 의무화를 하지 않은 지역에도 동참을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주자 우선 주차장 공유 의무화까지 추진되는 것은 그만큼 서울시 내 주차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강남구가 공유 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해 거주자 우선 주차장을 공유하면 수익의 50%를 돌려주는 등 자치구마다 주차 공유 사업을 독려하고 있지만 공유 개념에 친숙한 젊은 층 중심으로만 이용됐다. 게다가 자치구들이 마을 곳곳에 거주자 우선 주차장을 조성했으나 소방차 등 긴급차량 통행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 어린이보호구역 확대 등에 따른 추가 조성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2018년 12만 면에 달했던 거주자 우선 주차 공간은 올해 5월 말 11만 1289면으로 줄었다.


주차장 조성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점도 서울시와 자치구들이 주차장 공유를 독려하는 이유다. 민간 부지를 매입해 주차장을 조성하면 보상금 문제로 주차면 1면 조성 비용이 1억 원을 훌쩍 넘어간다. 소유주가 시세와 이전비 등을 고려해 공시지가보다 훨씬 높은 보상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 개별공시지가가 14년 만에 하락했지만 최근 부동산 가격이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보상금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이다.


강남 3구를 제외하면 대부분 보상금이 주차면 1면당 1억~1억 5000만 원 안팎이지만 성수·신촌 등 땅값이 비싼 주요 상권에서는 3억~4억 원까지 들어간다. 30면짜리 주차장을 만드는 데 100억 원이 들어간다는 의미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연세로 관련 공청회에서 “서대문구에서는 주차면 1면당 1억 원이 들지만 신촌은 3억 원 이상이 든다”며 “관내 대학들과 협의해 연세대에 1000대, 이화여대에 700대를 주차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천주차장 운영 중단 현수막. 연합뉴스

주차장이 제때 확보되지 않으면서 주민 불만은 증폭되고 있다. 서울시 수변 개발 사업으로 강남구 탄천공영주차장 이용이 지난해 7월부터 제한되면서 강남·송파 일대에 ‘주차 전쟁’이 벌어졌다. 지난해 노원구 수락산역 공영주차장이 시립 체육시설 건립 사업으로 폐쇄되자 주민들과 방문객들은 대체 주차장을 확보해달라는 민원을 쏟아냈다. 앞으로 창동 서울아레나 등 대형 개발 사업들이 진행되면 주차난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치구들은 그야말로 주차장과의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강북구는 우이동 평면식 공영주차장을 2025년 4층·5단 주차타워로 바꿔 주차 가능 대수를 100여 대에서 최대 266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광진구도 중곡동 일대 주차장을 53면의 평면식에서 지상 1층, 2단, 92면 규모의 입체식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관악구는 종교시설이나 상업시설을 운영하는 건물주가 주차면 5면 이상을 개방하면 건물주에게 최대 3000만 원을 지원하고 교통유발부담금을 감면해준다. 25개 자치구 중 주차장 확보율 최하위인 양천구는 길거리 화단을 걷어내고 주차장을 조성했다. 동작구는 1년 이상 무상 사용을 조건으로 부지를 내주는 토지주에게 재산세 면제 혜택을 준다. 종로구는 마을버스 광고를 통해 주차장 공유 사업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주차 공간 확보에 한계가 있어 주차장 공유를 의무화하는 자치구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 권고에 따라 동작구는 연내 거주자 우선 주차장 공유 의무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동작구는 주민 반발을 줄이기 위해 다음 달까지 일정 개방 시간을 달성하면 모바일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 뒤 10~11월 조례를 개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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