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 시위 1주년…당국은 '시위 촉발' 아미니 父 체포

딸 추모하려 했다가 체포돼
이란 곳곳서 반정부 시위 재현
바이든 "아미니 죽음, 세계에 영향"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16일(현지시간) 이란 여성 권리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의 ‘히잡 시위’가 1주년을 맞은 가운데 보안당국이 시위의 도화선이 된 고(故) 마흐사 아미니의 아버지를 체포해 논란을 빚었다. 당국의 삼엄한 경비 속에서도 이란 곳곳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시간) 쿠르드족 인권네트워크를 인용해 아미니의 아버지가 딸의 1주기를 추모하려 했다가 이란 보안군에 잠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아미니는 지난해 9월 13일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에 체포돼 16일 숨졌다. 이후 이란 전역에서는 수개월 동안 반정부 시위가 진행됐고 5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쿠르드족 인권네트워크에 따르면 아미니의 아버지는 석방 전 당국으로부터 딸의 1주기를 기념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 이에 아미니의 가족들은 그의 묘 근처에서 진행하려 했던 추모식을 열지 못했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이란 보안군은 이란 서부 세키즈에 있는 아미니 아버지의 집에 군 병력을 배치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날 이란 서부 고하르다슈트, 북부 마슈히드 등 각지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이란 관영 매체들은 당국이 여러 도시에서 ‘반혁명적 인사’와 ‘테러리스트’를 검거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서방은 아미니의 1주기를 맞아 인권침해에 연루된 이란 개인 및 단체를 잇따라 제재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과 재무부는 이날 이란 개인 25명 등을 제재 명단에 올렸으며 유럽연합(EU), 영국도 유사한 조치를 취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성명을 내고 “마흐사의 이야기는 그녀의 잔혹한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며 “그녀는 여성, 삶, 자유에 관한 역사적 운동에 영감을 줬고, 이는 이란은 물론 전 세계인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추모했다.


서방의 움직임에 대해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 내 여성의 권리에 대한 서방의 지지 표명은) 이중 잣대이자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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