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in] “노벨상 심사위원장도 한국 노벨과학상 없다고 아쉬워해요”

해외 과학기술 협력 나선 신성철 대한민국 과학기술협력대사
각개약진 갈라파고스 연구 벗어나
美 넘어 유럽까지 과기협력 확대
내년 33년만 R&D예산 대폭삭감 속
폭증하는 국제연구 낭비는 없어야

신성철(오른쪽) 대한민국 과학기술협력대사가 최근 스웨덴을 방문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선정하는 카롤린스카대 노벨상위원회의 토마스 펄만 사무총장(심사위원장)을 만나 노벨과학상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외교부



신성철(오른쪽) 대한민국과학기술협력대사가 비다르 헬게센 노벨재단 사무총장과 만나 노벨과학상에 관한 의견을 나눈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다음 달 초 노벨상 발표가 있는데 노벨생리의학상 심사위원장도 ‘한국에서 아직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없어 아쉽다’고 하더군요. 우리 연구의 국제화가 덜 돼 그런 것인데 미국 외 유럽까지 협력 대상을 넓히되 앞으로 급증할 공동 연구 예산의 낭비가 없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신성철(71·사진) 대한민국 과학기술협력대사가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여 년 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국제협력부장으로 스웨덴 왕립한림원과 심포지엄을 할 때는 여러 번 간청해 겨우 성사됐다”며 “최근 방문한 유럽의 과학 강소국 3개국 모두 우리와의 협력을 원해 달라진 위상을 피부로 느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에 33년 만에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이 급감하는 상황에도 국제 연구 예산이 약 1조 8000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나는 데 대해 정부와 연구자 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물리학회 석학회원으로 과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에 이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을 역임했다. 특히 기술 패권 시대를 맞아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과학기술 마인드를 일깨우기 위한 외교부 특강과 과학기술외교아카데미 설립 제안, 과기 국제 협력 목적의 주한 외국 대사 미팅에 공을 들여왔다.



신성철(오른쪽 여섯 번째) 대한민국과학기술협력대사가 최근 스위스 과학자들과 만나 한-스위스 과학기술 공동 연구 확대를 다짐하고 있다.

신 대사는 최근 유럽 3개국 방문과 관련, “우리 과학자들은 주로 미국과 관계가 깊어 유럽과의 교류가 부족한데 미국과는 체급 차이가 커 대등한 협력이 쉽지 않다”며 연구처 다변화를 강조했다. 이번에 그가 방문한 오스트리아는 지난해 양자 현상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안톤 차일링거를 비롯해 17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빈 공대는 그에게 “양자물리, 반도체, 녹색 기술에서 한국과 조속한 공동 연구를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스위스는 양자기술, 바이오헬스, 정밀기계, 첨단 농업 등이 발달했고 스웨덴은 친환경 기술, 스마트시티, 바이오헬스 등을 키우고 있다. 세 나라 모두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예산 비중이 3%가 넘는다. 그는 스웨덴에서 노벨생리의학상을 선정하는 카롤린스카대 노벨상위원회의 토마스 펄만 사무총장을 만나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며 “노벨상은 후보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추천된 후보자를 선정하므로 아무리 독창적이고 업적이 뛰어나더라도 추천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노벨생리의학상의 경우 추천권을 가진 세계 과학자 4000~5000명 중 800~900명이 추천하고 최종 선정은 스웨덴 등 유럽 중심으로 14명이 하는데 우리도 추천권자에 많이 포함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다르 헬게센 노벨재단 사무총장도 이번에 최종 선정권자와의 우호적 관계를 누누이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신성철(오른쪽) 대한민국과학기술협력대사가 자크 뒤크레(왼쪽) 스위스 국제협력대사와 다그마 슈미트 타르탈리 주한 스위스대사를 만나 스위스와의 과학기술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신 대사는 각개약진식 갈라파고스 연구를 탈피하기 위한 해외 공동 연구 확대와 관련, “해외 선도 연구기관이나 연구자는 연구비도 충분하고 국제 협력도 이미 활발히 하고 있다”며 “우리가 내년에 국제 연구 예산을 강요하다시피 해서 집행한다면 2·3류 기관 위주로 협력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기존 국내 연구자가 국제 연구에서 성과를 내고 있을 경우 지원을 확대하는 보텀업 방식이나 국가적 차원에서 미국 국립보건원(NIH)같은 세계적 연구기관과의 협력의 길을 트는 톱다운 접근을 병행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러면서 10여 년 전 신생 대학인 DGIST가 세계적 기초과학 연구소로 현재 노벨상 수상자를 15명 배출한 미국 LBNL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공동 연구를 했던 것도 자신이 KAIST 교수 당시 LBNL 연구자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 KAIST 총장 시절 전(前) 정부에서 국제 협력과 관련해 횡령·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는 등 고초를 겪었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첨단 장비 사용에 대해 사용료를 낸다고 다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그것을 무상으로 쓸 수 있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무지의 소치였다”고 혀를 찼다. 당시 검찰 고발 전 과학기술계의 검증 절차를 거쳤다면 자신과 같은 억울한 사례가 없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신성철(왼쪽 다섯 번째) 과학기술협력대사가 박진(〃 여섯 번째)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외교부 간부들을 대상으로 과학기술 외교 특강을 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신 대사는 “내년 R&D 예산이 급감(31조 1000억 원→25조 9000억 원)해 연구자들의 사기가 많이 흔들리고 있다”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에서 대안을 마련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정부에서 10조 원가량 R&D 예산이 늘었고 일부 바람직하지 못한 연구비 집행이 근절되지 못한 측면도 있으나 ‘추격’에서 ‘글로벌 선도' 연구로 탈바꿈해야 하는 때 일률적인 예산 삭감은 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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