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1위 다트업체 대출상환 갈등에 日에 넘어갈 판[시그널]

하나증권 “오케스트라 측 약정 어겼다”
EOD 선언 뒤 담보잡은 지분 매각 검토
다트시장 양분 세가, 경영권 인수 ‘만지작’

전자 다트시장 점유율 국내 1위 기업인 피닉스다트 경영권이 회사를 운영하는 사모펀드(PEF)와 대주단 사이의 갈등에 일본 게임사 세가(SEGA)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피닉스다트는 11일 대주단 대표인 하나증권의 기한이익상실(EOD) 통보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EOD는 금융사가 만기 전에 대출금을 회수하는 조치다. 이 자리에서 6월에 취임한 윤상우 현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이승윤 전 대표를 다시 세우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무산됐다.


피닉스다트를 둘러싼 사연은 복잡하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오케스트라프라이빗에쿼티(PE)는 2019년 총 1210억 원에 피닉스다트 한국 본사와 일본 사업부 지분 86.3%를 인수했다. 당시 프로젝트 펀드(투자 대상을 정하고 결성하는 펀드)로 새마을금고와 DGB 금융 등에서 760억 원을 조달하고 450억 원은 금융권에서 빌렸다.


사건은 올 들어 터졌다. 오케스트라PE가 출자단이 2021년 기존 창업주로부터 추가로 유치한 130억 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전액 상환하면서 금융사들에 돈을 갚지 않았다. 대주단은 펀드 운용사가 대주단 외 메자닌(전환사채·신주인구권부사채) 투자로 지분을 확보한 주주에게 투자금을 환급할 경우 대주단 대출도 균등하게 상환해야 한다는 조항을 들고 나왔다. 이것이 어려울 경우 자본재조달을 통해 인수금융 규모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주단은 올 들어 피닉스다트의 영업이 잘 되고 있지만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67억 원, 영업이익 17억 원에 그친 상황에서 130억 원에 달하는 RCPS를 전액 상환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나증권은 이를 근거로 지난 달 6일 EOD 시행 방침을 오케스트라PE에 알렸다. 한 달의 유예기간도 줬다. 하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결국 하나증권은 6일 오케스트라PE에 EOD를 공식 통보했고, 대출 시 담보(지분 100%)로 잡은 주식을 처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대주단이 지분 매각을 추진할 경우 일본 게임업체 세가가 피닉스다트를 손쉽게 가져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주단 입장에서는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일부 출자를 하기도 한 세가와 우선적으로 지분 매각을 논의하는 것이 대출금을 빠른 시일 내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이다.


특히 세가는 지속적으로 피닉스다트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다. 세가의 자회사인 다트라이브는 피닉스다트와 전자 다트 시장의 양대산맥이다. 세가는 오케스트라PE의 프로젝트 펀드에 일부 출자했으며 당시 매수청구권(콜옵션)을 부여 받았다. 2021년 피닉스다트가 경영난을 겪을 때도 헐값에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출자단의 한 관계자는 “오케스트라PE가 6월 독단으로 경영진을 교체한 뒤 EOD 상황 개선에 적극 나서지 않았고 EOD와 관련한 설명도 사전에 듣지 못했다”며 “세가는 오케스트라PE 출자단이 펀드 운용사를 교체하려고 했을 때도 홀로 반대했다”고 지적했다. 오케스트라PE의 소극적 대응에 지분이 시장에 나오면 세가 입장에서 좋은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오케스트라PE는 이에 대해 “EOD 통보에도 대주단에 전체 의결권이 넘어가는 것은 약정에 없다”며 “대주단 및 출자자들과 성실하게 논의를 이어왔고 피닉스다트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피닉스다트의 전자다트 기기. 피닉스다트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