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양국은)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즉각적·압도적·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며 이는 북한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러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한층 고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한미 확장 억제의 굳건함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윤 대통령의 4월 국빈 방미를 계기로 출범한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활용해 ‘핵 공유’에 버금가는 확장 억제 체제를 구축했는데 이번 기회에 이를 더 발전시킬 예정이다.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방문을 앞두고 있는 윤 대통령은 17일 AP통신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한미의 확장 억제는 양국이 함께 협의·결정·행동하는 ‘일체형 체제’로 발전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북한의 어떠한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구현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이 ‘함께 결정하는 일체형 체제’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북러 밀착에 대응해 보다 주도적으로 확장 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은 북러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는 물론 여러 국제 제재를 어기는 것으로 부당하고 불법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응해 보다 긴밀하게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진행될 유엔 총회에서도 북핵은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연대가 필요한 안보 문제에 대해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세계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유엔 총회를 계기로 최소 30개국 정상을 만나 2030 부산엑스포 지지를 당부할 예정이다. 개최지 선정 투표를 약 두 달 남겨둔 상황이어서 막판 유치전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주요 7개국(G7),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주요 다자 회의에서 선진국과 핵심 개발도상국 정상을 두루 만난 윤 대통령은 이번 뉴욕 방문에서는 중남미·아프리카 등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상대로 외교전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년 전 뉴욕대에서 ‘글로벌 디지털 규범’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던 윤 대통령은 다음 주 중 뉴욕대를 다시 찾아 ‘디지털 권리장전’ 발표를 약속한다. 주요 20개국(G20) 정상 공동선언에 ‘AI 거버넌스 구축’이 포함되는 등 윤 대통령의 제안에 국제사회가 화답하자 이를 동력 삼아 글로벌 디지털 규범 구축을 주도하겠다는 방침이다. 6월 파리 소르본대에서 디지털 규범 마련을 위한 국제기구 설립을 주장했던 윤 대통령은 뉴욕 순방 중 이뤄질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도 유엔 산하 디지털 국제기구 설립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