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다시금 구청장직에 도전할 기회를 얻었으나 풀어야할 과제가 적지 않다. 본선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보궐선거 원인제공자’라는 오명을 떨쳐내고, 경쟁 과열로 느슨해진 지역조직의 결속력을 강화해야하는 게 급선무라는 평가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구청장은 이날 경쟁 후보들을 상당한 격차로 제치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국민의힘 후보로 낙점됐다. 김 전 구청장은 지난 5월 대법원 판결로 구처장직을 상실한 지 약 4개월 만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눈앞의 장애물이 만만찮다.
우선 야당의 ‘보궐선거 원죄’ 공세에 대한 대응 논리를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전 구청장의 유죄 확정판결로 보궐선거가 이러지는 점을 거론하면서 “선거비용 40억 원부터 물어내라”고 공세를 퍼붓고 있다. 민주당은 선거 내내 이러한 프레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구청장은 이날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구청장직을 박탈당한 이유는 그 과정만 보더라도 최강욱·조국·울산 사건과 달리 제 사건의 2·3심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을 보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고 내용상으로도 조국이 유죄면 저는 무죄”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자신은 ‘정치적 판결’의 희생양이라는 프레임으로 정면 돌파를 택한 것이다.
그는 “'조국이 범죄했다'고 이야기했는데 이야기한 자체가 범죄라며 저를 먼저 (형을) 확정 짓는 건 상식에 어긋난다”며 “그 여론을 받아들여 대통령이 사면 결단을 내리신 걸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경선에 이르기까지 불거진 후보 간 갈등을 조속히 봉합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진 전 차장을 일찌감치 ‘전략공천’한 민주당과 달리 여당은 공천 여부부터 경선 진행까지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이면서 일부 후보의 반발을 불러오는 등 진통이 지속됐다. 낙선자들이 최종 후보의 선대본부장이 되기로 사전에 합의됐지만, 내홍을 딛고 본선에서 진정한 ‘원팀’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지도부 차원의 ‘분위기 추스르기’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김태우 전략공천설’에 강한 불만을 제기해온 김진선 국민의힘 전 강서병 당협위원장의 경우 강서지역 충청향우회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어 본선에서의 지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인물이다. 당 관계자는 “경선은 부모, 자식, 형제까지 앙금이 남는 건데, 금방 없었던 일로 풀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어렵사리 공천을 마무리 지은 여당 지도부로선 이번 선거에 필사의 각오로 임할 수밖에 없다.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야당에 승리를 내줬다간 총선을 앞두고 자칫 ‘수도권 위기론’의 신호탄으로 인식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21일 강서구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어수선한 조직을 다잡고, 강서구 발전을 위해 '김태우 강서구청장-오세훈 서울시장-윤석열 대통령’ 삼각체제 완성의 중요성을 설파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고도제한 규제 철폐를 통한 화곡동 등 구도심 발전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번 선거는 무능과 실정을 넘어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문재인 정권의 국민기만과 국기문란을 심판하고,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 발을 맞춰, 지역발전을 이끌어갈 일꾼을 뽑는 선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