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를 보호할 고용노동부 직원 중 우울증 진료를 받은 직원이 5년 새 2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사회의 상명하복식 분위기 속에서 업무 특성상 민원이 몰리고 세대 변화, 공무원 기피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민원 중 악성 민원은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18일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고용부 직원(본부, 지방고용노동청, 고객상담센터)의 우울증 진료 인원은 2017년 281명에서 작년 587명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올해 1~8월에도 464명을 기록해 작년 추이를 넘어설 전망이다.
다른 정신건강 장애 진료 추이도 증가세다. 공황장애 진료 인원은 2017년 224명에서 작년 399명으로 1.7배 넘어섰다. 올해도 305명이 공황장애 증세로 진료를 받았다. 화병은 다른 진료 보다 증가세가 더 두드러진다. 2017년만하더라도 43명이던 진료 인원은 작년 163명으로 3.8배나 증가했다. 올해도 112명으로 2.6배 증가했다.
직원들의 진료 이유는 조사되지 못했지만,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우선 고용부의 민원이 다른 부처에 비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임금체불, 산업재해, 직장 내 괴롭힘 등 각종 근로감독과 실업급여로 대표되는 대면 업무가 많은 탓이다. 고용부의 연 민원 건수는 2만500만건, 전화 입인량은 3600만통을 넘는다.
특히 악성 민원은 심각한 수준이다. 급기야 5월 고용부 신임 근로감독관 A씨는 한 공영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지속적인 악성 민원에 시달렸고 가족들과 동료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민원인의 위법 행위는 2018년 3만4484건에서 2021년 5만1883건으로 50% 증가했다. 고용부가 지난달 중앙 부처 최초로 특별민원 직원보호반을 설치한 배경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실업급여 창구에서 ‘딩동’하는 다음 상담자를 알리는 벨소리만 들어도 불안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있을 정도”라며 “대면 창구 직원들의 심리 상태는 지금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직사회의 상명하복 문화를 견디지 못하는 직원들도 늘고 있다는 게 고용부 안팎의 분석이다. 고용부는 기초 노동질서를 담당하는 부처인만큼 잘못된 직장 내 문화에 대해 문제인식도 더 강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상명하복은 직원에게 자신의 부당한 상황을 감내하도록 한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고용부의 근로감독관 직무규정에는 ‘친절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특별사법경찰 운영 부처 중 유일하다. 더욱이 고용부는 현 정부의 3대 개혁 중 하나인 노동 개혁 추진을 맡아 업무량, 업무 부담, 주목도 모두 늘었다.
이런 상황에 대한 반감은 젊은 직원일수록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경쟁률은 31년 만에 최저였다. 공무원노동조합은 공직사회의 저임금과 조직 문화 개선이 선결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공무원노조는 “젊은 세대가 공무원되기를 점점 기피하는 원인 중에는 ‘공무원은 친절해야 한다’는 사회적 시각이 있다”며 “조직 문화가 경직된 상황에서 민원인에게 늘 친절하고 참아야 한다는 식의 업무관 탓에 공무원이 된 후 그만두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대수 의원은 “노동자 건강을 돌보는 부처가 정작 자신들의 정신 건강을 돌보지 못하고 있다”며 “부처 차원에서 상담프로그램 등 직원 심리 건강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