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우유 '프리미엄'으로 살린다

■유업계 '고급우유' 전략
서울우유 A2 출시 앞서 상표권
매일·남양유업도 고단백 내놔
가격동결 압박에 우회적 인상
수입산 공세에도 품질로 차별화

국내 유업계에 고급 우유 출시 바람이 불고 있다. 가뜩이나 우유 소비량 감소로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원윳값은 인상된 반면 제품 가격은 정부 및 소비자 눈치에 쉽게 올릴 수 없는 삼중고에 처하자 난제 타개책으로 ‘프리미엄’ 카드를 꺼낸 것이다. 특히 관련 업체들은 유아동 제품 뿐 아니라 성인 대상 제품도 고급화를 통해 신규 매출을 창출해낸다는 계획이다.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최근 ‘서울우유 A2+’, ‘서울우유 ABC우유’, ‘서울우유 A2 milk’, ‘서울우유 A2플러스’ 등 4건에 대한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A2우유의 본격적 출시에 앞서 상표권을 취득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우유가 연내 출시할 A2우유는 모유와 유사한 단백질 성분을 내세우는 프리미엄 제품이다.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a2 단백질이 포함된 우유가 더 좋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일반 우유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에도 이를 해외에서 직구를 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을 정도다. 시중에 유통되는 우유에는 대부분 a1 형태의 단백질이 함유돼 있다.


매일유업(267980)과 남양유업(003920)도 유사한 전략을 짜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 2월 ‘소화가 잘 되는 우유 단백질’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1팩 당 계란 7개 분량에 해당하는 41g의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다. 일반 우유 대비 20%가 더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매출 신장세가 뚜렷하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남양유업도 고품질 단백질을 담은 ‘맛있는 단백질우유’를 선보이는 등 프리미엄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우유 시장에 프리미엄 제품 출시가 잇따르는 건 나날이 줄고 있는 우유 소비량을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인 당 30.8㎏였던 우유 소비량은 지난해 26.2㎏까지 줄었다. 출산률 저조로 인해 주요 고객 층인 영유아층이 감소한 데다가 국민들의 입맛도 변했기 때문이다. 이에 프리미엄 제품들을 다양하게 선보여 고객층을 넓히겠다는 의도다.


정부의 가격 동결 압박도 관련 움직임을 재촉하는 요인이다. 다음 달 원유 가격은 ℓ당 1084원으로 8.8% 인상된다. 오랜 기간을 두고 진통을 겪던 원유 가격 협상폭은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 도입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유업체와 간담회를 열어 원유 값 인상에 따른 우유 가격 인상 최소화를 요청했다.


업체들로서눈 정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우유는 다음 달 1일부터 ‘나100% 우유’제품 출고가를 지난해의 인상률의 절반 수준인 3%대만 올리기로 결정했다. 농협하나로마트는 흰 우유 대표품목을 2980원 이하로 판매하기로 했다. 이에 유업체들은 프리미엄 성분을 첨가한 제품 판매를 늘려 우회적으로 매출 회복을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게다가 오는 2026년부터 수입산 우유의 관세가 폐지되면 저렴한 수입 우유와 경쟁이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업체들은 프리미엄 시장 선점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 우유 수입액은 지난 2020년 491만달러(한화 약 65억원)에서 지난해 2330만달러(한화 약 309억원)로 약 5배 가량 늘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해외 멸균 우유가 저렴한 가격에 수입되고 있는 가운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며 “가격 대신 다른 성분이나 효능 등을 부각하기 위해 품질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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