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고객들이 찾아가지 않은 휴면 예금이 지난해 444억 원으로 최근 5년 새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주인을 찾지 못한 돈은 은행들의 서민금융지원금으로 분류돼 사회 공헌 실적에 대한 ‘착시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서 휴면 예금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금융 소비자들이 잠자는 돈을 찾도록 일깨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된 휴면 예금 총액은 444억 5000만 원으로 전년보다 22% 증가했다. 최근 5년 만에 최고치로 2019년(205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휴면 예금은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의 예적금 중 5년간 거래가 없어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에도 찾아가지 않은 예금이다.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예금을 반환받을 권리를 잃게 되지만 서금원은 은행 등에서 소멸시효가 완성된 휴면 예금을 출연받아 관리하고 있다.
금융 당국과 업권에서는 휴면 예금 찾기 캠페인과 서비스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지만 반환율은 저조한 상황이다. 실제로 휴면 예금을 찾아간 금액은 2020년 455억 원에서 2021년 385억 4000만 원, 지난해 286억 8000만 원으로 줄었다. 지급 건수는 2020년 15만 8000건에서 이듬해 97만 7000건으로 급증했다가 지난해 49만 4000건으로 감소했다.
휴면 예금 규모가 증가하는 데 대한 뚜렷한 원인이 감지되지는 않지만 예금자 스스로가 휴면 예금이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됐다. 주소나 연락처 변경 또는 사망으로 연락이 닿지 않아 휴면 예금을 찾아주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지난해 개별 건당 최대 휴면 예금은 8억 3000만 원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잠자는 고객의 돈이 은행의 사회 공헌 실적으로 잡히고 있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의 사회 공헌 지출액에서 41% 비중을 차지하는 서민금융의 대부분이 휴면 예금 출연금이었다. 서민금융의 취지가 저소득 저신용자의 자립을 지원하는 데 쓰도록 돼 있는데 은행들이 이를 사회 공헌 항목에 포함시켜 액수를 부풀리고 있는 셈이다. 금융 당국은 이에 휴면 예금 출연금을 사회 공헌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의원은 “휴면 예금이 정책 서민금융 재원으로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근본적으로 주인에게 돌려주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며 “은행 역시 이를 사회 공헌 실적에 포함할 것이 아니라 되찾아주는 노력을 먼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사의 휴면 보험금이 늘고 있는 점도 골칫거리다. 휴면 보험금은 회계상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부채)으로 인식되며 단기적인 재무 건전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금원에 출연된 휴면 보험금 규모는 지난해 1054억 2000만 원으로 전년(882억 원)보다 20% 늘었다. 휴면 보험금 역시 5년 새 최고치로 3년 전보다는 네 배가량 급증한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주인을 찾아간 액수는 463억 원으로 전년보다 21%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