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나토 가입 '겹악재'…튀르키예 이어 헝가리도 분위기 급선회

헝가리 국회의장 "침 뱉는 동맹 필요 없어"
스웨덴 공영언론 과거 방송 내용 뒤늦게 주목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AFP연합뉴스

튀르키예의 비준 지연에 막힌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또 하나의 악재가 등장했다. 헝가리가 스웨덴 공영언론의 과거 방송을 뒤늦게 문제 삼으며 나토 가입 비준이 어려울 수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측근인 라즐로 쾨베르 헝가리 국회의장은 전날 현지 방송에 출연해 스웨덴을 겨냥하며 "우리에게 침을 뱉는 동맹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쾨베르 국회의장은 헝가리와 스웨덴이 애국심에 대해 같은 견해를 공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같은 동맹에 속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쾨베르 국회의장의 발언은 스웨덴의 소규모 공영방송 UR이 2019년 제작한 교육 방송의 내용이 뒤늦게 주목을 받으면서 나왔다. 헝가리의 친정부 언론들은 지난 주 해당 방송이 헝가리를 민주주의가 악화하고 있는 국가로 묘사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헝가리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면서 페테르 시이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스웨덴 의회에 '헝가리 의회가 나토 가입과 관련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도 놀라지 말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FT는 헝가리의 움직임에 스웨덴에서 당혹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헝가리는 7월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비준하기로 합의했는데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기 때문이다. 튀르키예도 최근 스웨덴에서 잇따르고 있는 코란 소각 사건을 문제 삼으며 의회 비준을 늦추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5월 나토 가입을 신청한 스웨덴은 헝가리와 튀르키예의 비준만을 남겨두고 있다.


헝가리가 동맹국들로부터 각종 현안에 대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이 같은 전략을 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헝가리는 이전에도 쟁점 사안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며 자국의 이익을 관철한 바 있다.


미국은 헝가리에 스웨덴 나토 가입을 압박하고 나섰다. 데이비드 프레스만 헝가리 주재 미국 대사는 "오르반 총리가 직접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며 "우리는 헝가리 정부와 의회의 신속한 조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헝가리 국방군이 사용하는 모든 전투기는 스웨덴제"라며 "헝가리는 스웨덴의 동맹 가입이 엄청난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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