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세수입이 정부가 예상했던 400조 5000억 원보다 59조 1000억 원 덜 들어올 것으로 추산됐다. 반도체 등 기업 실적 악화에 법인 세수가 급감하고 부동산 거래가 끊기며 양도소득세도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그 결과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 역시 당초 58조 2000억 원에서 100조 원 안팎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는 18일 ‘2023년 세수 재추계’를 발표하며 올해 세수 전망 값을 세입 예산보다 14.8%나 줄어든 341조 4000억 원으로 낮췄다. 지난해 예산을 짜며 예상했던 국세수입과 비교하면 59조 1000억 원이나 적은 것으로 역대 가장 큰 세수 펑크다. 오차율도 17.3%로 결손 기준 사상 최악이다. 법인세(25조 4000억 원), 소득세(17조 7000억 원), 부가가치세(9조 3000억 원) 모두 큰 폭의 결손이 예고됐다.
세입 급감에 나라의 가계부에도 큰 폭의 적자가 불가피하다.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사회보장성기금수지) 적자 규모는 기존에 전망했던 58조 2000억 원에서 94조 3000억 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59조 1000억 원의 결손액 중 지방정부와 교육청이 부담하는 23조 원을 제외한 36조 1000억 원이 더해졌다. 관리재정수지는 2019년 54조 4000억 원에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112조 원으로 100조 원을 넘긴 후 2021년 90조 6000억 원, 2022년 117조 원 등 100조 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올해 예산안을 편성하며 건전 재정 기조를 천명했지만 세입 예측 실패로 빛이 바랬다.
정부는 부족한 세수를 세계잉여금과 외국환평형기금, 예산을 사용하지 않는 불용으로 메울 예정이다. 정정훈 세제실장은 “정부는 세수 부족에도 불구하고 민생·경제 활력 지원 등 재정 사업이 차질 없이 집행될 수 있도록 가용 재원 등을 활용해 대응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올해 세수가 예상보다 60조 원 가까이 덜 걷힐 것이라는 정부의 세수 재추계 결과에도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없이 부족분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잉여금(지난해 쓰고 남은 돈), 불용(편성한 예산을 안 쓰는 것) 등의 예산 활용은 물론 여유 기금 등을 활용해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35조 원가량의 부족분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1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세수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세 수입은 예산 편성 시 전망한 400조 5000억 원에서 59조 1000억 원이 부족한 341조 4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예상 세수 추계 오차율은 14.8%에 이른다. 세수 결손 기준으로 역대 최대 오차율인데 실질 세수를 기반으로 계산하면 오차율은 17.3%까지 치솟아 역대 최대 세수 펑크를 기록하게 됐다.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 세수가 당초 105조 원에서 25조 4000억 원 덜 걷혀 79조 6000억 원에 머물 것으로 추계됐다. 지난해 상장사 영업이익이 81조 7000억 원으로 전년(119조 7000억 원) 대비 31.8% 하락한 영향이 컸다. 소득세와 부가세도 각각 17조 7000억 원, 9조 3000억 원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법인세 세수가 당초 예상을 크게 하회했고 부동산 등 자산시장 침체로 양도소득세 등 관련 세수도 예상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세수 결손에 야당은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재정 역할을 확대하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정부 여당은 일축하고 있다. 대신 환율 안정에 사용되는 외국환평형기금을 비롯한 여유 기금에서 24조 원을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끌어와 일반회계로 전환해 세수 부족분을 메우겠다는 복안이다. 공자기금은 여유 있는 기금에서 재원을 빌려 재원이 부족한 기금에 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한다. 올해 공자기금 지출 153조 4000억 원의 최대 20%인 30조 원까지 국회 의결 없이 일반회계에 투입할 수 있다. 이어 지난해 예산을 집행하고 남은 세계잉여금(4조 원)과 올해 예산 집행이 안 되고 남은 불용 자금을 활용할 방침이다. 지난해 기준 불용액은 7조 9000억 원이었다. 이럴 경우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명목으로 지방에 내려보내는 24조 원가량을 제외한 중앙정부 세수 결손분 35조 원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내년 국세수입도 33.1조 감소 예상
지출감소→경기부진→세수악화 우려
문제는 세수 결손에 따른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당초 예상보다 대폭 확대된다는 점이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7월 말 기준 관리재정수지는 67조 9000억 원으로 연초 정부가 목표로 한 58조 2000억 원을 훌쩍 넘긴 상태다. 세수 부족분 59조 1000억 원을 단순 합산할 경우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17조 3000억 원에 달하게 된다. 물론 기재부는 세수 감소에 따른 총수입뿐 아니라 총지출 감소를 감안해 적자 규모는 94조 3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올해에 이어 내년 세수 역시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경기 반등 없이는 나랏빚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앞서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내년도 국세 수입은 33조 1000억 원이 줄어든다. 결국 나랏빚은 계속 늘어나는 구조다.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며 지출과 국채 발행 모두 줄이고 있지만 상환 후 남은 국채 잔액이 누적되면서 국가 채무 자체가 늘어나서다. 7월 말 현재 중앙정부 채무는 1097조 8000억 원을 기록했다. 한 달 전보다 14조 5000억 원이 늘었고 지난해 결산 채무(1033조 4000억 원) 때보다 빚이 64조 4000억 원 불어 연말 전망치(1101조 7000억 원)에 이미 근접했다.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은 “세수가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하지 않았다면 관리재정수지는 더 나빠졌을 것”이라며 “건전재정 기조에 따라 관리재정수지, 국가 채무가 늘어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출 감소로 경기 활성화 효과가 미진하면 다시 세수가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필상 서울대 특임교수는 “긴축예산 편성을 하더라도 자연 발생적으로 늘어나는 복지 지출을 줄이고 투자 선순환이 일어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