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시 상황에서 국방장관에 이어 차관 6명을 모두 해임하는 등 군 지도부를 물갈이했다. 이번 군 지도부 개편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벌어져 눈길을 끈다. 부패 의혹이 불거진 국방부를 쇄신함으로써 그간 막대한 군사적 지원을 해 온 서방을 향해 개혁 의지를 보여줌은 물론 더 나아가 추가 지원 요청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국방부 차관 6명이 모두 해임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3일 올렉시 레즈니코우 국방장관을 경질하고 크림 타타르 출신 루스템 우메로우를 후임으로 임명한데 이어 2주만의 일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이날 텔레그램으로 성명을 발표하며 국방차관 집단 해임 결정이 내각 회의에서 내려졌다고 확인했으나, 이에 대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최근 몇 달 동안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작전을 브리핑해 온 한나 말랴르도 이번 인사에서 해임됐으며, 그는 해임 발표 몇 시간 전까지도 텔레그램에서 최근 전황을 설명했다.
이번 군 지도부 개편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국방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에서는 우크라이나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이유로 군사지원의 제한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으며, 일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도 군사적 지원이 의도한 목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길어진 전쟁 속에 위상은 높아진 반면 구호물자 분배, 징병·조달 등 부문에서 각종 부패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키이우에 본부를 둔 반부패행동센터의 다리아 칼레뉴크 소장은 국방부 차관 집단 해임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국방부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 긍정적인 조치”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