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이 압구정 사옥을 매입 2년 만에 되팔았다. '보복소비' 효과로 크게 뛴 매출에 힘입어 강남 노른자땅 위 건물을 사들였지만, 엔데믹에 고물가까지 겹치며 수익성이 하락하자 현금 유동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머스트잇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사옥을 410억 원에 매각했다. 앞서 머스트잇은 국내 명품 소비가 한창이던 2021년 압구정역 인근 지하 3층~지상 6층 규모의 건물을 300억 원에 매입해 화제를 모았다. e커머스 기업의 경우 개발자가 많고 재택근무 비중이 높은 특성상 사옥을 보유한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머스트잇은 건물을 사들인 후 50억 원을 투자해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애초 머스트잇은 500억 원대에 매각을 원했지만 희망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고 가격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머스트잇은 매각한 사옥을 임차해 사무실로 계속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머스트잇 관계자는 "내실 경영 강화를 위해 사옥 매각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2011년 창업한 머스트잇은 경쟁사인 발란, 트렌비와 함께 일명 '머트발'로 불리며 최근 수년 간 국내 명품 시장 호황기를 누려왔다. 펜데믹 기간 해외여행이 막히자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2021년에는 누적 거래액 1조 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엔데믹과 고물가에 지난해부터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자 각 플랫폼이 출혈경쟁을 벌였고, 수익성이 나빠졌다. 지난해 머스트잇 매출은 331억 원으로 전년 대비 66% 성장했으나, 영업손실 규모는 100억 원에서 168억 원으로 커졌다. 발란과 트렌비도 지난해 각각 374억 원, 207억 원의 적자를 냈다.
명품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타 e커머스 플랫폼들도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백화점 해외유명브랜드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6월 매출신장률은 19.7%였다. 머스트잇은 후발주자인 트렌비와의 합병도 타진했으나 최종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발란은 기업간거래(B2B) 서비스 부문을 '발란커넥트'로 분사하고 명품 판매자들의 컨설팅 사업을 새 수익구조로 육성하고 있다. 트렌비는 명품 중고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