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다문 입에 뾰족한 이빨이 삐져나와 있다. 파란 물속에서 긴 꼬리와 지느러미가 흔들린다. 물속을 천천히 헤엄치는 샌드타이거샤크의 모습이다. 샌드타이거샤크가 성인 손바닥 크기만 한 전갱이들 사이를 지나갈 때면 마치 영화 ‘죠스’의 배경 음악이 들리는 듯하다. 15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메인 수조 앞은 관람객들이 휴대폰으로 상어와 인증 사진을 찍느라 북적였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올 8월 샌드타이거샤크 6마리(암컷 4마리, 수컷 2마리)를 추가 반입했다. 기존에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보유한 샌드타이거샤크는 3마리였다. 총 9마리가 롯데월드에 둥지를 틀게 됨으로써 수도권 아쿠아리움 중 가장 많은 샌드타이거샤크를 보유하게 됐다.
샌드타이거샤크는 뾰족한 코와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어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바다 위 최상위 포식자로 손꼽힌다. 외모와 달리 기본적인 성격은 온순하다. 허범석 아쿠아리스트는 “흑기흉상어·백기흉상어 등 다른 종의 상어와 같은 수조에서 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샌드타이거샤크가 제일 크다”면서도 “매너가 좋은 친구라 가오리가 눈앞에 왔다 갔다 하는데도 가만히 있다”고 말했다. 샌드타이거샤크는 상어의 대표적인 이미지에 부합하면서도 온순해 아쿠아리움 업계에서 인기가 높다.
이번에 합류한 샌드타이거샤크는 미국 버지니아주 북대서양으로부터 건너왔다. 약 20시간의 비행 및 이동 시간을 거쳤다. 개체의 안전 및 안정을 위해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평균 생물 신규 반입 시 참여하는 인원 대비 두 배 이상의 임직원을 이번 샌드타이거샤크 반입 프로젝트에 투입했다. 무진동 차량 및 특수 고정 장치가 부착된 수조 등을 이용해 이동할 때 생물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등 샌드타이거샤크의 안전에 신경 썼다고 롯데월드 측은 설명했다.
샌드타이거샤크의 수명은 약 20~30년이다. 몸 길이는 최대 3.2m, 무게는 150㎏까지 성장 가능하다. 부레가 없어 위 안에 공기를 채우고 부력을 조절한다. 현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샌드타이거샤크들은 ‘다이어트 중’이다. 아쿠아리스트가 하루에 한 마리씩 명태·청어·오징어 등의 먹이를 준다. 허 아쿠아리스트는 “야생에서도 상어들이 매일 먹지 않는다. 야생과 똑같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한 마리씩 먹이고 있다”며 “샤크 몸에 반점 개수나 위치, 지느러미 모양 등을 통해 샌드타이거샤크들을 구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해양 생물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해양생태계를 보전하고 생물의 다양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샌드타이거샤크는 상어로서 최초로 국제자연보전연맹에 의해 멸종 위기 등급 취약으로 지정된 생물이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멸종 위기 생물의 국제적 보호에 대한 인식 제고와 교육도 함께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이 같은 행보는 펭귄에서도 엿볼 수 있다. 현재 아쿠아리움에서 지내고 있는 펭귄 60여 마리 중 39마리가 롯데월드에서 부화한 펭귄들이다. 참조기 및 말쥐치 1만여 마리도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내 수조에 전시하고 있다. 말쥐치와 참조기는 지구온난화 및 해수면 온도 상승에 따른 서식처 이동으로 최근 제주 해역에서의 개체 수가 크게 감소했다. 멸종 위기 생물은 아니지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차원에서 전시되고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국내 최초로 번식한 해파리, 알 번식 중인 대문어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정지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해양생물연구센터 팀장은 “해양 환경 변화에 대처하며 해양 생물자원의 생태계 지위와 탄소 중립을 위해 생물과 생태가 함께 보전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