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자동차 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이 나흘째를 맞았으나 자동차 제조 3사와의 협상에서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협상을 중재하기 위해 줄리 수 노동장관 대행과 진 스펄링 백악관 고문까지 디트로이트로 급파했으나 노조는 되려 파업 확대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면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현지 시간) 미국 CNBC와 NBC방송 등에 따르면 숀 페인 UAW 위원장은 이날 이번 노사 협상을 백악관이 중재하려는 것과 관련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 전쟁은 대통령에 관한 것도 아니고 전직 대통령에 관한 것도 아니다”라며 “근로자들이 경제적·사회적 정의와 정당한 몫을 얻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UAW와 포드·제너럴모터스(GM)·스텔란티스 등 자동차 제조 3사는 이날도 협상을 이어갔으나 새로운 제안을 주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UAW는 향후 4년간 임금 40% 인상을 요구하다가 이를 36% 수준으로 낮췄으나 사측은 최대 20% 안팎의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고용 보장 문제 역시 노사 간 이견이 여전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노사 양측은 스텔란티스 측이 미국 내 시설 18곳을 문 닫고 2월 가동을 중단한 일리노이주 공장 한 곳을 다른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스텔란티스 측은 이 같은 조치가 감원 목적이 아니라고 밝힌 반면 페인 위원장은 사측이 근로자들의 고용 문제를 협상 카드로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UAW는 계속해서 협상이 지연될 경우 사측에 별도 통보 없이 노조원들에게 파업 확대를 요청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재 UAW 파업은 3사의 공장 3곳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으며 파업 인원은 전체 조합원 14만 6000명 가운데 9% 정도인 1만 2700명가량이다. UAW는 보유한 파업 기금 (8억 2500만 달러)을 아끼면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 같은 전략을 택했으나 전면파업에 들어간다 해도 상당 기간은 버틸 수 있는 자금력이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캐나다 자동차 노조인 유니포 역시 19일 밤부터 포드를 상대로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혀 북미 전역에서 자동차 파업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UAW의 파업이 아직까지 미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전면파업이 시작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언 셰퍼드슨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3사 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할 경우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1.7%포인트의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생산은 미국 GDP의 2.9%를 차지한다.
파업 확대는 아울러 경기 침체를 피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결정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셰퍼드슨 연구원은 전망했다. 한편 이번 파업의 정치적 의미가 부각되면서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음 주로 예정된 공화당 2차 TV토론회를 건너뛰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파업 중인 UAW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연설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이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