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의 자회사 미디어로그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된 지 3년여 만에 사업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유료방송산업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밀려 성장세가 둔화했고 콘텐츠 투자 부담도 갈수록 커지는 만큼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알뜰폰(MVNO)과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분석된다.
19일 방송통신 업계에 따르면 미디어로그는 ‘더라이프’, ‘더드라마’, ‘더키즈’ 등 3개로 구성된 방송채널 사업을 내년 초 철수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채널 운영을 다른 업체에 이관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채널 사업 철수는 유료방송 산업 성장 둔화와 콘텐츠 투자 부담 가중으로 인해 사업 구조조정이 필요해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0년 7월 엔터테인먼트 채널인 더라이프를 개국한 미디어로그는 같은 해 드라마 전문채널 더드라마, 이듬해 디즈니 채널 인수를 통해 어린이 전문채널 더키즈를 개국하는 등 방송 영역을 확장했다.
하지만 넷플릭스 같은 OTT가 대세 미디어로 자리잡으면서 채널을 송출할 인터넷(IP)TV·케이블(SO) 등 유료방송의 가입자 성장률이 지난해 하반기에 첫 0%대에 진입하는 등 시청자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홈쇼핑을 제외한 일반 PP의 총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4% 감소한 916억 원에 그치는 등 미디어 업계에도 불황 여파가 번졌다. 미디어로그도 PP사업에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채널 사업 철수와 관련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 철수가 이뤄지면 미디어로그는 사업 역량을 알뜰폰과 신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디어로그는 LG유플러스 계열 알뜰폰 브랜드 ‘유플러스(U+)유모바일’을 운영 중이다. 유플러스유모바일은 무제한 통화 부가서비스 ‘지정번호 통화자유’ 같은 모기업의 지원과 구독 플랫폼 같은 특화 서비스를 통해 업계 2위 수준인 95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 중이다. 특히 최근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기조에 맞춰 가입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6월 알뜰폰 사업조직을 가입자 신규 유치를 전담하는 1센터와 유지·마케팅을 전담하는 2센터로 체계화하기도 했다. 올해 1월 출시한 중고폰 유통 플랫폼 ‘셀로’도 지난달까지 가입자 30만여 명을 확보하는 등 신사업 추진도 순항 중이다.
한편 최근 들어 통신업계에서는 OTT에 맞선 미디어 산업 개편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케이블 다시보기(VOD) 콘텐츠 11만 편을 OTT처럼 월 요금으로 구독할 수 있는 ‘프리미엄 환승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보다 앞서 개인 맞춤 콘텐츠 추천 등 기능을 고도화한 새로운 IPTV ‘유플러스티비(U+tv) 넥스트2.0’도 출시했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자회사 SK브로드밴드는 전날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해 넷플릭스와의 망사용료 분쟁을 끝내고 모바일과 IPTV 결합 요금제 출시, 기술 협력을 포함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