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부채가 33조 달러를 넘어섰다. 재정 건전성을 중요시하는 미 공화당 강경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게 되면서 다음 달 정부 셧다운(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 정지)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재무부는 미국의 국가부채가 33조 449억 달러(약 4경 3715조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 국가부채가 33조 달러를 넘어선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미국 국가부채 증가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 추세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에 따르면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66년 이후 국가부채가 10조 달러를 초과하는 데까지 걸린 기간은 42년이지만 이후 추가로 10조 달러가 늘어나는 데는 불과 9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후 미국의 부채가 23조 달러(2019년 4분기)에서 이날 33조 달러까지 증가하는 데 걸린 기간은 만 4년이 되지 않는다. 피터슨재단의 마이클 피터슨 최고경영자(CEO)는 “6월 부채 한도 대결 당시 국가부채는 32조 달러였지만 불과 3개월 만에 33조 달러가 됐다”며 “의회가 지난 위기에서 다음 위기로 표류하는 동안 국가부채는 1조 달러 단위로 늘고 있다”며 의회의 미진한 대응을 꼬집었다.
이번 국가부채 데이터는 2024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 1일 이전에 의회가 내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 긴급한 상황에서 나왔다. 현재 공화당 강경파는 2024 회계연도 정부 지출을 2022년 수준인 1조 4700억 달러로 줄이지 않을 경우 예산안 처리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다음 달부터 미국 연방정부는 셧다운된다.
공화당 지도부는 지난주 말 일단 10월까지 필요한 임시 예산안을 승인하고 대다수 정부 기관의 지출을 약 8% 삭감하는 임시 법안을 마련했지만 공화당 강경파는 호응하지 않고 있다. 공화당 강경파인 랠프 노먼 하원의원은 “2조 달러 재정적자와 33조 달러에 달하는 국가부채보다 셧다운이 더 걱정된다면 그게 문제”라며 부채 경감을 위해서라면 셧다운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