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이재명에 "기운 차려 싸워야"…단식 중단 권유

文 퇴임 이후 첫 상경…20여분 문병
"李, 단식 중단하겠다는 말은 안 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퇴임 후 처음 서울을 찾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입원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찾아 단식 중단을 권유했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의 권유에도 단식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아 약 20분 동안 이 대표를 문병했다. 단식 20일째인 이 대표는 전날 혈당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 건강 악화로 인해 국회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녹색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실에 도착한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의 손을 잡고 머리를 쓸어 넘기며 위로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4년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촉구하며 단식한 경험을 거론하며 “내가 열흘 단식할 때 힘들었는데, (단식한 지) 20일이니 얼마나 힘들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단식의 결기는 충분히 보였고 길게 싸워 나가야 한다”며 “국면이 달라지기도 했으니 빨리 기운을 차려서 싸우는 게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이 대표 혼자 몸이 아니고, 많은 사람이 함께 아파하고 안타까워하고 다시 일어서기를 바란다는 걸 늘 생각하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과 병원장에게 이 대표의 상태를 물으며 “이럴 때일수록 주변에서 단식을 그만두게 해야 된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잘 알겠습니다”라고만 대답하고 단식을 중단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한민수 대변인은 전했다. 또 이 대표는 “세상이 망가지는 것 같고 끝없이 떨어지는 나락 같아 단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걸음까지 하시게 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할 명분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의 방문이 단식의 ‘출구’가 될 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의 단식 이틀째인 1일 전화를 걸어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너무 심해 제1야당 대표가 단식하는 상황이 염려스럽다. 건강을 잘 챙기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14일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노영민 전 의원을 통해서도 단식을 중단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은 문병을 마친 후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리는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문 전 대통령의 서울 방문은 지난해 5월 퇴임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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