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겹규제에 稅 지원 전무…이래선 미래차 경쟁서 생존 어렵다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전환 중인 기아 오토랜드 광명 공장이 52년 된 해묵은 규제에 묶여 110억 원의 ‘개발제한구역 보전 부담금’을 내게 됐다. 이 공장은 현대차그룹이 오토랜드 화성(기아), 울산 공장(현대차)과 함께 국내 전기차 생산의 3대 거점으로 삼는 곳이다. 광명시는 이 공장이 1971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포함되기 이전인 1970년 설립 허가를 받았다며 건축물 증축 시 보전 부담금 부과율을 현행 50%에서 25%로 감면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그린벨트 내 다른 건축물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거부했다.


정부는 최근 기아차 광명 공장을 ‘첨단투자지구’로 지정했지만 기대했던 법인세·취등록세·재산세 감면은 관계 부처의 이견 탓에 이행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광명 공장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 해당돼 전기차 공장에 적용되는 최대 35%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오히려 공장 증축에 따른 취등록세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보전 부담금과 세금 부담이 커지자 기아는 전기차 라인 증축 면적을 당초 계획에 비해 최소화하기로 했다. 겹규제에다 세제 불이익까지 겹쳐 투자 의욕이 떨어지면 국내 전기차 산업의 경쟁력이 하락하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제조업 취업자 수는 445만 8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5%로 떨어졌다. 제조업 취업자가 늘기 시작한 1975년 2분기 15.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낡고 불합리한 규제로 기업가 정신이 퇴조하면 성장 잠재력과 질 좋은 제조업 일자리가 살아날 리 없다. 정부가 국내 전기차 산업의 발목을 잡는 사이 미국 등 주요국은 전기차 시장의 패권을 쥐기 위해 대규모 보조금 지급과 세제 혜택 등의 전폭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기아 광명 공장 사례처럼 기업 투자를 막는 ‘킬러 규제’들을 하루 속히 걷어내고 세제·금융 등의 지원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규제 혁파와 전방위 지원을 속도전으로 실천해야 신성장 동력을 점화해 저성장 늪에서 벗어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첨단 미래 산업마저 규제 사슬에 묶인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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