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오랜 영토 분쟁 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 3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나왔다. 양국의 전면전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거론되며 국제사회는 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남부 캅카스(코카서스)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군인 4명과 민간인 2명이 지뢰 폭발로 숨졌다고 밝히고, 몇 시간 뒤 '대테러 작전'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국경 사이에 위치한 아르메니아계 미승인 독립국이다. 국제적으로는 아제르바이잔에 속해 있다.
아제르바이잔의 군사 작전이 개시된 후 이 지역 행정당국의 게감 스테파니안 인권옴부즈만은 27명이 사망하고 200명 넘게 다쳤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도 1명 포함돼 있었다. 이 지역의 아르메니아계 자치군은 아제르바이잔이 포병은 물론 전투기, 무인기, 미사일 시스템을 동원해 아르메니아인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제르바이잔은 군사 목표물에 국한해 대테러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히며 양측의 주장이 엇갈렸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은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련 치하에서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아제르바이잔의 자치구였지만 이 지역에 살고 있던 아르메니아인들도 많았다. 영유권을 주장하던 아르메니아인들은 소련 해체기인 1988~1994년 1차 전쟁에서 아제르바이잔에 승리하며 이 지역을 장악했다. 이후 산발적인 교전이 계속되다가 2020년 2차 전쟁이 벌어졌고, 최소 6500명이 사망한 끝에 양국은 러시아 평화유지군 주둔을 포함한 휴전에 합의했다.
하지만 올해 4월 아제르바이잔이 무기 밀반입을 문제 삼으며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도로를 봉쇄해 갈등이 격화했다. 아르메니아로 가는 길이 막힌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식량과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겪었다.
양국의 갈등이 고조될 기미를 보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아르메니아가 안보리에 도움을 요청하고 상임이사국인 프랑스도 회의 소집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정상과 각각 전화 통화를 하고 사태 진정을 촉구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2020년 체결된 평화 협정에 두 국가가 즉각 복귀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