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 중앙처리장치(CPU) ‘표준’을 ARM에 빼앗겼던 인텔이 저전력 ‘올인’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인텔은 신형 14세대 CPU ‘인텔 코어 울트라’를 데스크톱이 아닌 모바일 중심으로 설계하는 초강수까지 두며 전력대 성능비 향상에 집중했다. ARM 기반 애플 M2·A17 프로 칩셋이 높은 성능으로 노트북 시장까지 위협하자 인텔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는 평가다.
19일(현지 시간) 인텔은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 이노베이션 2023에서 개인용 14세대 CPU ‘인텔 코어 울트라’를 공개했다. 코드명 메테오레이크로 알려진 이 제품은 설계부터 노트북(모바일) 전용으로 기획됐다. 데스크톱 시장을 후순위로 놓으면서까지 모바일에 집중한 셈이다.
인텔 코어 울트라의 설계 사상은 스마트폰에 널리 쓰이는 ARM 기반 모바일AP를 연상시킨다. 기존 고성능·고전력 ‘파워(P)’ 코어와 저성능·저전력 ‘효율(E)’ 코어 조합에 ARM의 ‘리틀(L)’코어를 연상시키는 초저전력 E코어 2개를 더했다. 동영상 재생 등 단순 작업에서는 초저전력 코어만 작동해 전력소모를 최소화하는 구조다. 4나노 공정에서 제조해 기존 7나노 대비 전력소모를 40% 줄이는 데도 성공했다.
인공지능(AI) 성능 향상을 위해 인텔 CPU 최초로 탑재한 신경망처리장치(NPU)도 전력 효율을 높이는 데 한몫한다. 기존 CPU도 작업량이 많을 때 작동속도(클럭)를 높이고 부하가 적으면 속도를 낮춰 전력 소모를 줄여왔지만 이를 세심히 조율하지는 못했다. 코어 울트라는 AI 최적화로 사용 패턴을 분석해 작동속도를 최적화하고 전력 효율을 극대화했다고 한다.
인텔의 저전력 전략은 ARM에 대한 도전장으로 읽힌다. 인텔은 장기간 CPU 시장 지배자적 위치를 유지해왔지만 스마트폰 시대 개막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며 모바일 CPU 시장을 ARM에게 빼앗겼다. 최근들어서는 애플이 노트북용 M2, 아이폰15 프로용 A17 프로 등 고성능 ARM 칩셋을 선보이며 PC·노트북 CPU 시장에서도 인텔과 ‘x86’ 계열 프로세서의 아성이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ARM 기반 칩셋 성능이 올라왔다지만 절대적인 성능은 여전히 기존 PC CPU가 높다”며 “인텔이 유일한 약점인 전력 소모만 잡으면 ARM의 도전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듯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