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사실상 부결을 당내에 요청했다. 단식으로 건강이 크게 악화한 이 대표가 직접 부결을 호소할 정도로 당내 ‘이탈표’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실제 표결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민주당으로서는 체포동의안 표결이 가결로 결론이 나든, 부결이 되든 거센 파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간 단식으로 병원에 입원 중인 이 대표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명백히 불법 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은 정치 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검찰이) 중립이 생명인 검찰권을 사적으로 남용해 비열한 ‘정치 공작’을 하고 있다”며 “내가 가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당당하게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어 훗날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생각해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국가 권력 남용과 정치 검찰의 정치 공작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저들의 꼼수에 놀아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사실상 부결로 뜻을 모을 것을 요구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 건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됐다. 이에 따라 두 안건 모두 21일 본회의에서 무기명으로 표결된다. 한 총리 해임 건의안과 이 대표 체포동의안 순서로 표결이 진행된다.
이 가운데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은 검찰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및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최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따른 후속 절차다.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의 찬성표를 얻어야 가결된다. 따라서 과반 의석의 민주당 내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부결에 표를 던질 경우 체포동의안이 처리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대표가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보고된 지 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공개적으로 부결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체포안에 대한 부결 대오에서 이탈해 가결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는 당내 이탈표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6월 국회에서 이뤄졌던 이 대표에 대한 또 다른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에도 민주당에서 적지 않은 이탈표 움직임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당시 체포동의안은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한 것이었는데 최종적으로 부결되기는 했지만 표결 직전 일부 민주당 내 의원들의 가결표 행렬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21일의 표결 향방에 대해서는 가결과 부결 중 어느 쪽도 예단하기 어렵다. 당내에서 일부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가결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지만 여전히 이 대표에 대한 동정론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은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율투표 형식으로 임하기로 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다양한 의견을 경청했기 때문에 각자 의원이 숙고하고 그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총에서는 30여 명의 의원이 의견을 개진했고 이중 상당 수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부당하기 때문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메시지를 두고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호기롭게 외치던 말이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맹폭을 가했다. 한편 민주당은 당초 21일 본회의에서 처리를 목표로 한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상정을 놓고 국회의장 주재로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했지만 상정에 대한 합의는 이루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