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전 총재 "중앙銀, 오일쇼크때와 달라져…물가 억제 목표 달성할 것"

장 클로드 트리셰 전 총재 간담회
"인플레에 유동성 푼 오일쇼크 때와 달리
각국 중앙은행 물가 억제 의지 강력해
고금리 장기화와 부채 리스크 심화는 숙제"

장 클로드 트리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 제공=KDI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은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왔습니다. 중앙은행을 비롯한 전 세계 금융기관들은 2025년까지 물가상승률을 2%대로 안정화하는 목표를 달성할 것입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전 총재는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1~2차 오일쇼크 때는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무시했고 그 결과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14%에 달하기도 했다”며 “반면 지금의 중앙은행은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만큼, 오일쇼크 당시인 1970~1980년대처럼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기는 실수를 저지르진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트리셰 전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의 의무가 ‘물가 안정’에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라) 경제가 성장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물가 통제권을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며 “물가를 안정시키지 못하면 인플레이션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경제에 대단히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1970~1980년대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되돌리기 위해 금리를 20% 수준까지 올려야 했다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


다만 트리셰 전 총재는 중앙은행의 물가 억제가 고금리 장기화, 나아가 부채 리스크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그는 “세계 공통의 주요 리스크 중 하나는 금리가 기존보다 높은 수준을 상당 기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물가와의 싸움에서 승리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긴 하나, 이는 다시 말해 고금리가 장기 지속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런 가운데 전 세계 부채비율은 높은 상황”이라며 “2022년 전 세계 부채비율은 238%였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2008년 190%대를 기록한 것보다 더 높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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